두산중공업이 남북경협 ‘단비’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탈석탄정책을 펴면서 발전사업 수주가 말라붙었다. 불안해진 미래를 다잡을 돌파구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고난의 두산중공업, 발전사업 가뭄에 남북경협 단비 애타게 기다려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회장.


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발전사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경제강국’ 건설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그는 9월 말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찾아서도 “과학 교육에 힘을 집중해야 경제강국의 열쇠를 틀어잡을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려면 전력 생산능력이 필수조건이다. 북한은 30년 가까이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려왔는데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9월 방북길에서 돌아와 북한이 에너지와 전기분야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남한의 7% 수준이다. 

수력발전 의존도가 60%나 되는데 20년이 넘은 설비가 대부분이다. 1990대 중반 대홍수가 일어나 수력발전설비의 85%가 헤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력발전소 역시 30년된 낡은 설비가 90% 이상이라 개보수가 필요하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사업이 주력인 만큼 북한 발전시장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4월 기업설명회(IR)에서는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전력 인프라 현황을 직접 소개하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 발전사업을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63조 원가량이 투입돼야 한다는 구체적 추정도 내놨다.

북한에서 철도, 도로 등 토목공사가 본격화되면 두산중공업의 연결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도 수익 기반이 확대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대형 굴삭기를 주력으로 제작해 판매하는데 대형 공사가 많이 이뤄지면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 경제협력이 얼마나 진행될 것인지 당장 판단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건설, 건설장비, 철도, 발전설비 등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봤다. 

두산중공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서둘러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백지화되면서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발전사업 신규 수주는 2조9천억 원어치에 그쳤다. 2011년만 해도 발전사업에서 8조 원에 가까운 수주를 따냈는데 수주 절벽에 부딪힌 셈이다.  

전체 수주에서 발전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82.6%에서 지난해 57%로 쪼그라들었다. 수주가 줄자 재무상황도 나빠져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7.55%에 이른다.

두산중공업은 3월에는 두산엔진을, 8월 말에는 두산밥캣 지분까지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고스란히 차입금을 갚는 데 써도 턱 없이 부족하다.

예전에는 두산그룹의 ‘맏형’으로 불리며 두산건설 등 계열사들이 어려울 때 도와왔는데 올해 초에는 두산중공업이 팔릴 수도 있다는 매각설까지 돌았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사업을 확대하고는 있지만 단기적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해외 원전 수주가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대안으로 꼽혔는데 북한은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만큼 탐나는 시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