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80조 투자 약속받은 김동연, 삼성 100조 투자 끌어낼까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그룹과 만나 얼마만큼의 투자를 이끌어낼까?

경제 성장률 회복을 위해 민간 투자 확대가 절실한 만큼 최대한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적지 않은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8월 초에 삼성그룹과 혁신성장 간담회를 한다. 이재용 부회장과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에 앞서 김 부총리가 만난 대기업들은 빠짐없이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약속했다. 이 때문에 김 부총리와 만난 이 부회장이 어느 정도의 투자 약속을 내놓을지에 주목된다.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5년 동안 23조 원을 투자하고 4만5천 명을 고용하기로 했고 SK그룹은 3년 동안 80조 원 투자, 2만7천 명 고용을 예고했다. LG그룹은 19조 원, 신세계그룹은 9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의 위상과 최근 투자여력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100조 원대 투자 계획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자릿수부터 다른 100조 원이라는 금액은 상징성을 지닌다. 우선 정부의 투자 요구에 최대한 부응하겠다는 삼성그룹의 의지로 읽힐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인도 국빈방문 중 삼성전자 현지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집행유예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대기실에서 별도로 이 부회장을 만나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 역시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만큼 상당 규모의 투자 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SK그룹이 80조 원의 투자를 제시한 이상 이보다 못하거나 조금 더 많은 수준의 투자를 약속한다면 삼성그룹의 투자 의지는 퇴색할 수 있다. 삼성그룹의 전체 자산규모는 SK그룹의 8배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4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시설투자에 43조4천억 원을 집행했다. 연구개발(R&D)비도 16조8천억 원을 썼다.

올해 삼성전자는 상반기에만 3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고 연간 영업이익은 6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를 뛰어넘는 실적이 기대되는 만큼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규모 투자의 명분도 분명하다.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반도체산업에서 후발주자를 따돌리고 독주를 이어나가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 경쟁자인 SK하이닉스는 27일 15조 원 규모의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평택2공장 등 반도체라인 증설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경제 성장세를 유지해 나가려는 정부에게 단비가 될 수 있다. 최근 경기가 둔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어 민간분야의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

김동연 부총리는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해 투자 부진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7%로 기대에 못 미쳤다. 건설투자 증가율이 -1.3%, 설비투자 증가율이 -6.6%로 마이너스 전환한 영향이 컸다.

삼성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결심할 수 있도록 정부도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규제 완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26일 정부여당은 세법 개정안 당정협의에서 혁신성장 관련 시설투자자산에 가속상각을 적용하기로 했다. 가속상각은 고정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비를 많이 인정해 과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이 세제 혜택은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적용돼 기업의 설비 투자를 조기에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도 규제 완화를 뒷받침하며 기업의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25일 여야는 투자 활성화와 성장 잠재력 제고를 위한 규제 혁신 관련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깜짝 놀랄만한 규제혁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에 맞대응해 정부의 고용노동정책과 빅딜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초 요구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반도체 등 제조업종은 현행 최대 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기간을 6개월~1년으로 늘려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9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의견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