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2대 총선에선 유독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개표 결과가 달라진 격전지가 적지 않았다. 

수도권지역 격전지 선거결과를 투표구별로 들여다 보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재개발·재건축 정책 등에 영향을 받는 주요 아파트 밀집 지역의 표심이 여당에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공시지가 인하 정책과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구조사도 빗나간 수도권 격전지, 조정훈 '마래푸' 나경원 '아리하'가 도우미

▲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마포구 본인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개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출구조사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측된 서울 마포갑·용산·동작을·도봉갑, 경기 분당갑·분당을 등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마포갑 선거구에서 4만8342표를 얻어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4만7743표)를 599표라는 적은 차이로 따돌렸다.

조 의원이 승리에 가장 힘을 실어준 투표구는 마포구 아현동이었다. 조 의원은 아현동에서 전체 득표수의 16.9%에 해당하는 8172표를 얻으면서 1221표 차이로 이 후보를 이겼다. 아현동에서만 전체 격차보다 두 배 이상 차이를 벌린 것이다.

아현동은 마포구를 넘어 강북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마래푸)가 위치한 곳이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는 51개 동 최고 30층 3885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는 윤석열 정부의 공시지가 인하 정책의 혜택을 받은 아파트 단지 가운데 하나다. 전용면적 84.59㎡ 매물 기준으로 2022년 12억1100만 원이던 공시지가가 2023년 9억5천만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시지가 인하와 함께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기준도 완화했다. 

2022년까지 기본공제 6억 원, 1세대 1주택자 11억 원이던 종합부동산세 기준은 2023년 기본공제 9억 원, 1세대 1주택자 12억 원으로 변경됐다. 아울러 정부는 부부 공동명의 1세대 1주택자라면 최대 18억 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도록 바꿔 고가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지역들이 공시지가 인하 및 종부세 기준 변경 정책의 수혜를 입었다.

용산 선거구에서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6110표 차이로 승리했다.

특히 이촌제1동 지역에서는 권 의원이 9791표를 획득해 4426표를 받은 강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이촌제1동에는 전용면적 84㎡ 매물 기준으로 최근 실거래가가 21억4500만 원에 이르는 한가람 아파트(2036세대), 같은 전용면적 매물이 21억4천만 원에 거래가 성사된 LG한강자이 아파트(656세대) 등 고가 아파트 단지가 위치했다.

이와 함께 서울 한강변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이촌 한강맨션 아파트도 이촌제1동에 있다. 한강맨션 아파트는 23개 동 660세대 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대한주택공사가 건설했다.
 
출구조사도 빗나간 수도권 격전지, 조정훈 '마래푸' 나경원 '아리하'가 도우미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1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앞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9325표 차이로 꺾고 탈환에 성공한 동작을 선거구에서는 흑석동에서 나 당선인을 선택한 주민들이 류 후보에게 투표한 주민들보다 3823명 많았다.

서울 동작구 대장주로 불리는 아크로 리버하임 아파트(아리하)가 바로 이 흑석동에 자리잡았다. 나 당선인도 지난해 4월 말부터 아크로리버하임에 살고 있다.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는 20개 동 최고28층 1073세대 규모의 아파트로 대림산업(지금의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아 2019년 12월24일에 준공했다.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현재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의 전용면적 84㎡ 매물은 19억5천만 원에서 27억5천만 원 사이에 시세가 형성됐다. 

84㎡ 매물이 지난해 3월14일 16억5천만 원에 거래된 바 있는 흑석자이 아파트(1772세대) 역시 흑석동에 위치했다.

이외에도 나 당선인은 사당동, 상도동 일대에서 류 후보보다 많은 주민의 선택을 받았는데 사당동은 재건축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곳이며 상도동 또한 상도15구역이 올해 3월 재개발 신속통합기획이 확정되는 등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지역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당선인이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한 도봉갑 선거구에서도 재건축 문제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도봉갑 선거구는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김 의장의 배우자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 합쳐 6선을 한 보수 정당의 험지다.

김 당선인은 창1동, 창4동, 창5동 등에서 안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받았는데 이 지역들에는 지은 지 30년이 넘어가는 주공아파트 단지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창동 주공아파트 단지들은 용적률이 151%~203% 수준으로 낮아 재건축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남시장을 지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텃밭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가 국민의힘을 선택한 배경에도 1기 신도시 재개발·재건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1만737표 차이로 승리한 분당갑 선거구는 지난 총선 때 미래통합당이 승리해 새롭게 종부세 벨트에 가입했다는 평가를 들은 지역이다. 종부세 벨트는 강남3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 등 종부세를 낼 만큼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을 뜻한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안 후보는 분당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948세대 규모의 판교 푸르지오 그랑블 등 고가 아파트 단지가 즐비해 종부세 이슈에 민감한 백현동 선거구에서 이 후보보다 288표 많은 7765표를 얻는데 그쳤다.

반면 안 의원이 이 후보보다 2758표 더 많은 7295표를 획득한 서현1동 지역은 수도권 1기 신도시 재건축 시범단지로 지정돼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분당을 선거구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당선인이 현역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상대로 3063표 차이 승리를 거뒀다.

김 당선인은 정자동에서 전체 표 차이보다 더 큰 3561표 차이로 김 의원을 이겼다. 정자동 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5월 통합 재건축 추진 태스크포스 팀을 결성한 뒤 재건축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