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사막에 짓는 170km 직선도시 ‘더 라인’, 700조 미래 도시 모습은

▲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핵심인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5천억 달러(약 700조 원)를 투입해 건설하고 있다. <네옴 공식 홈페이지>

[비즈니스포스트]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질적 통치자로 평가받는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2017년부터 추진한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건설이 본격화되고 있다.

더 라인은 세계 최고 갑부의 대명사로 굳어진 셰이크 만수르(본명 셰이크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부총리보다 재산이 10배는 많다는 빈 살만 왕세자의 이상이 그대로 반영된 도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의 ‘미스터 에브리씽’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 그가 그리는 미래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사우디 사막에 짓는 170km 직선도시 ‘더 라인’, 700조 미래 도시 모습은

▲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북주 2만6500㎢ 부지에 건설될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네옴 공식 홈페이지>

4일 네옴시티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 프로젝트 ‘더 라인’을 통해 미래의 도시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정의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더 라인은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하는 도시로 건설된다.

서울의 44배 규모 부지에 건설되는 지름 7km 규모의 팔각형 최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60㎢ 규모 관광단지 '트로제나'와 함께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도시를 관통하는 고속철도 외에는 도로도 자동차도 필요 없다고 한다. 

자동차가 없으니 배기가스 배출도 없다. 도로 등 인프라를 설치할 필요가 없으니 기존 도시보다 공간 효율성이 높다.

이 도시에 사는 900만 명의 시민들은 직장을 비롯한 모든 생활시설에 걸어서 5분 안에 갈 수 있고 도시의 끝에서 끝까지 20분이면 종단할 수 있다.

이 설명을 보면 확실히 더 라인은 환경오염 문제, 인구과밀 문제 등 현재 인류가 직면해있는 범세계적 문제들을 해결해줄 도시로 보인다.

그런데 서울과 비슷한 규모의 인구를 품을 도시에서 어떻게 이런 생활이 가능할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더 라인이 도보 3분 거리인 200m 너비에 양옆으로 롯데타워 높이의 초고층 건물들을 일렬로 세워 조성하기 때문이다.
 
사우디 사막에 짓는 170km 직선도시 ‘더 라인’, 700조 미래 도시 모습은

▲ 사우디아라비아가 건설하는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은 초고층 건물 안에 주거, 학교, 직장, 공원 등을 모두 조성한다. <네옴 공식 홈페이지> 

롯데타워는 508m 높이로 한국에서는 가장 높은 빌딩이고 세계적으로도 8번째로 높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7월25일 더 라인 설계안을 발표하면서 "더 라인의 초고층 건물은 단순한 고층 건물과 달리 공공 공원과 보행자 구역, 학교, 집, 직장을 겹겹이 쌓아서 5분 이내에 모든 일상적 요구 사항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더 라인은 옆으로는 걸어서 3분이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좁은 폭에 위로 하늘높이 솟은 도시인 셈이다. 

여기에 도시의 길이는 170km로 그야말로 사막 위에 좁고 길게 그어진 한 줄기 직선 같은 모습이다.

외부에서 바라본 더 라인의 조감도를 처음 보면 이것이 도시라는 생각을 하기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학 교수는 일주일 전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 올린 네옴시티 관련 영상에서 더 라인은 쉽게 말해서 “거울로 된 만리장성 같은 도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더 라인 도시의 설계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커츠상’을 받은 세계적 건축가 톰 메인이 세운 건축사무소 ‘모포시스’가 맡았다.

모포시스가 처음 내놓은 더 라인의 초기 설계안은 도보생활이 가능한 규모의 작은 마을들을 일렬로 조성하고 그 아래 초고속열차를 놓아 하나의 도시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유 교수는 “현재 더 라인의 모습은 모포시스의 초기 설계안과 많이 달라졌다”며 “설계사무소의 비공식 루트를 통해 들은 바로는 모포시스에서는 지금의 설계안을 안 하려고 했는데 빈 살만 왕세자가 워낙 강렬한 비전을 가지고 있어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초고층빌딩에 바탕한 고밀도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일치하지만 지금처럼 사막 한가운데 170km의 초고층 빌딩 벽이 양옆으로 거대한 성벽처럼 우뚝 선 모습은 왕세자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평소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관을 담은 ‘사이버펑크’ 속 미래도시를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 사막에 짓는 170km 직선도시 ‘더 라인’, 700조 미래 도시 모습은

▲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학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셜록현준'에 올라온 '사우디 초호화 미러라인, 가능하냐고요?' 영상에 소개된 영화 블랙팬서 배경 도시 와칸다 모습 갈무리. <유튜브채널 셜록현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도시가 마블의 히어로 영화 ‘블랙팬서’에 나오는 와칸다이고 그런 도시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전해진다.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7월 더 라인의 조감도를 공개한 자리에서 네옴시티의 구상이 비현실적이라는 일각의 지적을 두고 “더 라인은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다”며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는데 왜 일반 도시를 복사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실제 더 라인의 도시설계는 공간 측면뿐 아니라 도시환경과 시스템 측면에서도 미래지향적이다.

우선 더 라인은 100%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는 도시로 설계됐다. 도시의 외벽이 미러(거울)라인으로 설계된 것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건물의 외벽이 유리 벽이면 지나친 온실효과로 에어컨 소비 등 에너지 소모가 많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 반사율을 높이는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외벽에 미러(거울)를 적용한 것이다.

더 라인은 또 도시 내부 운영과 시민들의 생활 시스템에도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를 통해 도시 내부는 사계절 내내 온화한 기후환경을 유지하고 500m 초고층 빌딩 벽 사이 공간에는 초록의 나무와 풀이 자란다. 
 
사우디 사막에 짓는 170km 직선도시 ‘더 라인’, 700조 미래 도시 모습은

▲ 사우디가 건설하는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네옴 공식 홈페이지>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와 이집트 사이 홍해가 갈라지는 지역 오른쪽 땅에 더 라인을 세워 경제,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혁신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야심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사막 위에 세운 아랍에미리트의 초호화 도시 두바이처럼 글로벌 경제와 관광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최첨단 미래도시 더 라인, 인공 눈으로 1년 내내 스키와 각종 스포츠활동이 가능한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첨단산업단지 옥사곤으로 구성된 네옴시티는 이미 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서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되기도 했다. 

다만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건설의 현실 가능성을 두고 건축학계를 비롯 의구심어린 시선을 보내는 곳이 많다. 

우선 건축학계에서는 더 라인의 설계안과 같이 초고층 빌딩 벽 사이 녹음이 푸르른 이상적 도시의 구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500m 높이의 빌딩이 양옆으로 들어서 있는 도시의 아래 부분은 일조권이 확보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우디 사막에 짓는 170km 직선도시 ‘더 라인’, 700조 미래 도시 모습은

▲ 사우디가 건설하는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을 위에서 내려다본 조감도. <네옴 공식 홈페이지>

유현준 교수는 “더 라인 도시는 조감도에서 보여주는 1층에 심어진 나무들이 자랄 정도로 해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며 “또 도시의 폭이 200m로 500m 건물들이 떨어져 있더라도 도시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하늘도 거의 안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더 라인은 결국 상층부에는 상류층, 잘 사는 사람들이 살고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계급이 수직으로 나눠지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저는 이게 디스토피아적 도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월 더 라인 등 네옴시티 설계안이 공개된 뒤 “호화로운 초고층빌딩에 푸른 정원이 펼쳐진 이 지상낙원에는 대기오염 대신 녹지와 편의시설, 초고속 대중교통이 있다”며 “다만 (이 지상낙원은) 홍보용 영상으로만 존재해 실제로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 건설업계는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제2의 중동붐’을 기대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건설사 등 민간기업 22곳으로 구성한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지원단은 4일 ‘700조’ 프로젝트 일감 확보를 위해 사우디를 향했다. 이번 지원단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이미 네옴시티 더 라인에 철도터널을 만드는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네옴시티의 최첨단 도시 더 라인이 한국 건설업계에도 ‘꿈의 도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