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속담에 '넘어지면 막대 타령'이라는 말이 있다.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애꿏은 사람이나 조건 탓을 하는 걸 이른다.

모두 5일 간의 '서비스 먹통' 사태를 최근 겪은 카카오의 태도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10월19일 서비스 먹통 사태를 놓고 사과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도 남 탓을 했다. 
 
[데스크리포트 11월] '국민 밉상' 카카오, 배터리 산업에도 민폐 끼치나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10월24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 대표는 서비스 먹통과 관련해 카카오 서버가 있던 SKC&C 판교 데이터센터의 화재 탓을 하면서 "근본적 원인은 리튬배터리"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내 무정전전원장치(UPS)에 전원을 공급하는 리튬배터리에서 불이 건물 전체로 번져 카카오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배터리 제조사로 SK온을 거론했다.

카카오 서비스 중단의 출발은 물론 SK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맞다. 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 데이터센터 내 카카오 서버 전원이 차단되며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하지만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전체의 셧다운에 대비한 훈련을 한 적이 없었다. 카카오 서비스와 관련한 데이터 이중화 조치도 미흡했다. 이 두 가지 모두 홍 대표가 직접 인정한 사실이다.

카카오가 제 할 일을 제대로 했다면 서비스가 그리 오래 먹통이 되는 일은 분명 생기지 않을 수 있었다. 같은 장소에 난 화재에도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를 하루 사이에 복구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카카오 측은 '화재에 취약' 운운하며 무책임하게 리튬배터리 탓을 했다. 제조사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말이다. 빠른 자동차나 날카로운 칼에 사람이 다쳤으니 그 물건이나 그걸 만든 회사에 책임이 있다는 격이다. 

물론 발화 지점은 배터리가 맞지만 아직 명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배터리 문제일 수도 있지만 관리 부실로 화재가 생길 수도 있다. 배터리 설치 장소의 설계 문제나 안전 기준이 미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미국 같으면 카카오 측의 이런 무책임한 남 탓 행태는 거론된 해당 업체뿐 아니라 배터리 업계 전체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일이다.

카카오 서비스 고객에게 대한 배상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기 위해 홍 대표가 이런 행태를 보인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한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의 무책임한 발언은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는 배터리업계 전체에 민폐가 될 수 있다.

이미 블룸버그에서는 카카오 서비스와 관련한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한국의 배터리의 안전성과 관련한 우려가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SK온과 삼성SDI까지 한국 배터리3사는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1월] '국민 밉상' 카카오, 배터리 산업에도 민폐 끼치나

▲ SK온 로고.


자원 대국이자 거대 자국 전기차 시장을 가진 중국에 맞서 과감한 해외 투자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의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터리업계를 상대로 카카오 측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가 큰 언행을 한 셈이다.

카카오는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올해 기준 재계 서열 15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카카오의 사업행태를 놓고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택시, 주차, 대리운전은 물론 미장원이나 꽃배달 같은 골목상권까지 문어발식으로 장악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회사 쪼개기를 통한 주식 상장을 반복하며 경영진의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시가총액 500대 기업 가운데 스톡옵션을 부여한 172곳 중 행사 내역을 알 수 있는 89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런 비판에 설득력을 더한다.

2020년부터 최근 3년 동안 스톡옵션 행사이익 1위가 카카오였는데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천억 원을 넘겼다. 카카오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스톡옵션 행사이익 규모가 2560억 원에 이른다.

카카오는 혁신으로 글로벌시장을 누비며 성장한 게 아니라 안방 시장에서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앞세워 돈벌이에만 혈안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카카오는 이번 서비스 먹통사태까지 거치며 국민적 '밉상 기업'이 됐다. 카카오는 명확한 화재 원인이 나올 때까지 서비스 먹통에 따른 피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합리적 배상에 필요한 준비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거기에 더해 우리나라 미래 주력산업인 배터리 업계에 더 이상 민폐를 끼치지 말았으면 하는 시선도 나온다. 설사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쪽으로 화재 원인 조사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배상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보겠다고 배터리업계를 걸고 넘어지며 질척거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