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네이버 착각의 덫에 걸렸나,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 '뻥튀기'

▲ 네이버는 왜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를 '누적'으로 홍보했을까? 사진은 네이버1784 사옥 내부 모습. <네이버>

[비즈니스포스트] 조급함은 종종 화를 부른다. 필연적으로 불안과 두려움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정공법으로 문제의 본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 상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수를 선택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많다.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착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네이버가 커머스사업을 놓고 한 행동을 보면 이런 착각의 덫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13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받은 것을 놓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정위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에 조사관들을 보네 네이버의 유료멤버십 ‘네이버플러스’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제휴카드 이용 혜택과 네이버플러스의 가입자 수를 과장 홍보해 표시광고법을 위반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다.

이 가운데 네이버플러스의 가입자 수 부풀리기 의혹은 네이버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여겨진다.

사실 이런 의혹의 씨앗은 네이버가 스스로 뿌렸다.

네이버는 올해 4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커머스부문에서 멤버십과 관련해 누적 가입자가 7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6월 초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누적 사용자 수가 800만 명이라며 올해 안에 1천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를 놓고 ‘누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회사는 네이버가 유일하다.

사실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를 누적으로 파악해야 할 이유는 애초부터 없다.

가령 A라는 회사가 2002년에 출시한 유료멤버십의 가입자 수를 파악해본다고 하자. 현재는 10만 명밖에 사용하지 않지만 20년 동안의 누적 사용자 수는 4천만 명이라고 가정하자.

어떤 정보가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인 정보일까? 대한민국 성인이 대부분 사용해본 것이라고 봐도 무방한 숫자, 4천만 명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의 본질은 여태껏 멤버십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고객의 수가 아니다. 현재 얼마나 많은 회원이 쓰고 있느냐가 본질이다.

쿠팡과 SSG닷컴-G마켓이 각자의 유료멤버십인 로켓와우와 스마일클럽의 가입자 수를 표현할 때 누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네이버가 어떤 이유에서 누적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어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를 홍보했는지 그 배경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해명을 듣고자 네이버에 취재 요청을 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커머스부문의 성장세가 둔화하자 조급한 모습을 보여 자충수를 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네이버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커머스부문의 매출 구조를 처음 공개했다. 이 자료에서 밝혀진 것은 대부분의 이커머스기업들이 오픈마켓 수수료나 직매입 판매 마진으로 이익을 내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광고로 돈을 번다는 사실이었다.

네이버가 1분기에 커머스부문에서 번 돈은 모두 4161억 원인데 이 가운데 광고 매출은 2606억 원이었다. 전체의 62.6%를 차지했다.

하지만 네이버 커머스부문의 총거래액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하면서 광고 매출 역시 정체된 모양새다.

1분기 네이버 커머스부문의 총거래액은 9조 원이다. 2021년 1분기와 비교하면 18.4% 성장한 것이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1% 성장에 그친다.
[기자의눈] 네이버 착각의 덫에 걸렸나,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 '뻥튀기'

▲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네이버는 광고로 1분기에 2606억 원을 벌었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높아진 것이지만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후퇴했다.

수년 전부터 공을 들여온 커머스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하자 몸집이라도 크게 부풀려보자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겠냐고 업계 관계자들은 바라본다.

실제로 네이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커머스부문의 매출 성장이 크게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실제 이 성장 둔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구조적인 것인지 묻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하반기부터는 외부 매체로부터 노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서 성장세가 확연히 꺾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멤버십 유치를 위한 각 기업의 싸움이 격화하는 것도 네이버의 조금함을 불러온 원인으로 거론된다.

쿠팡은 주문한지 하루만에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서비스로 유료멤버십의 절대강자가 됐다. SSG닷컴은 G마켓이 운영하던 유료멤버십 스마일클럽을 계승해 5월에만 가입자 30만 명을 모으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유료멤버십은 특성상 한 고객이 2~3개를 한꺼번에 사용하는 사례가 드물다. 주로 이용하는 채널 1~2개를 유지하는 이용자가 대부분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6월에 발표한 ‘온라인 쇼핑 멤버십 트렌드 리포트 2022’를 보면 유료멤버십 이용 개수의 평균값은 1.56개였다.

네이버는 커머스사업에서 쿠팡을 따라잡아야 하는 동시에 SSG닷컴-G마켓과 확실한 격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다. 이런 점에서 네이버가 1분기 기준으로 약 160만 명~180만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유료멤버십 가입자 수를 있는 그대로 공개하기에는 부담이 됐을 수 있다.

네이버가 총거래액으로는 쿠팡에 이은 2위 사업자지만 유료멤버십에 한정해 보면 3위 사업자라는 꼴을 인정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쨌든 네이버는 이례적 홍보 멘트 ‘누적’이라는 단어 하나로 공정위의 조사 결과를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결과는 정해져 있다.

공정위는 가입자 수 부풀리기 의혹이 소비자를 기만한 과장 광고라는 판단, 아니면 오해의 소지가 있었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 등 2가지를 놓고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판단이 내려지든 변하지 않을 사실도 하나 있다. 네이버가 ‘꼼수’로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정보를 굳이 공개해 시장에 혼란을 줬다는 사실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 분명하지만 천천히 생각하면서 움직여야 탈이 없다는 뜻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네이버가 커머스부문의 성장 둔화세를 놓고 한 번쯤 되새겨봤으면 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