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3분기에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전기요금 인상을 할 수 있을까?

정부가 2분기와 마찬가지로 물가상승을 우려해 전기요금의 동결기조를 유지한다면 정 사장은 주주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난과 함께 실적 부담이 커지게 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승일 한국전력 3분기 전기료 인상할까, 적자전환과 물가상승 사이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16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국제유가 통관기준치와 연료비 변동치, 제반 원가를 토대로 3분기 전기요금 변동안을 작성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다.

한국전력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기요금 변동안을 검토받은 뒤 21일에 3분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발표한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을 인상할 요인이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부터 전기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3월부터 5월까지 두바이유 평균가격은 배럴당 64달러(약 7만 원) 수준이었다. 2분기 기준 시점이 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평균가격인 55달러(약 6만 원)보다 16% 정도 상승했다.

한국전력의 운영지침에 따르면 분기마다 전기요금 변동폭은 최대 1kwh당 3원 안에서 인상하거나 인하할 수 있다. 연간 전기요금은 최대 1kwh당 5원 안에서 인상하거나 인하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코로나19에 따른 국민생활의 어려움을 고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유보할 가능성은 있다.

한국전력은 뉴욕증시에도 상장돼 있기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4월 보고서를 제출하며 “정부가 (전기요금) 전체 또는 일부를 유보할 수 있는 제한이 있다”며 “정부의 입장에서 물가상승과 같은 고려사항이 존재해 기대수준에 부합하는 요금조정이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이 정부의 동결기조에 따라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데 실패한다면 주주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한국전력 주가는 지난해 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3만 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주가는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시작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연료비 연동제에 관한 실망감을 반영해 한국전력 주가는 다시 주당 순자산비율(PBR) 기준 저점수준으로 하락했다”며 “2020년 수준까지 추가 하락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2019년 한국전력의 소액주주들은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것을 예상하고도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등을 의결했다며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이사들을 업무상 배임죄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5월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한국전력 이사회가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에 항상 노출돼 있다”며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강한 요금규제가 투자자-국가 소송(ISD)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에 상장된 한국전력 주식을 51.1%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외투자자 지분도 23.7%에 이른다.

정 사장이 계속 전기요금 동결기조 속에 경영을 한다면 올해 한국전력의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는 문제도 겪을 수 있다.

한국전력은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목표 설비량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재원도 마련해야 하는데 전기요금이 계속 동결되는 상황에서 한국전력의 현금창출력으로는 이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원가연계형 연동제 도입의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며 “최근 원자재 가격 랠리와 전기요금 동결을 가정해 한국전력의 2021년 영업실적 예상을 적자전환으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