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김정태 회장 체제가 1년 더 이어지게 됐다. 임기 10년, 나이 70세룰 규정을 모두 채우게 됐다.

김 회장의 3연임을 둘러싸고 여러 말이 나올 것이 예상됐지만 비교적 잡음없이 연임 결정이 이뤄졌다. 1년의 시간은 유예됐지만 ‘포스트 김정태’ 찾기에 시간이 충분해 보이진 않는다.
 
[데스크리포트] 3월 기업 동향과 전망-하나금융 NH농협금융 우리금융

▲ (왼쪽부터)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NH농협금융지주는 금융지주 '4대 천왕'에 들었다.

지난해 순이익 규모에서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1월 취임한 손병환 회장이 기분 좋게 임기 첫 걸음을 뗄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1년 임기 연임을 확정했다. 권 행장이 재신임을 받긴 했지만 이번에도 임기가 1년이어서 조직의 안정과 사업의 지속성을 꾀하기에는 너무 짧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 하나금융그룹, ‘포스트 김정태’ 후보군 윤곽

- 하나금융지주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 결정이 이뤄지자마자 일사천리로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가 이뤄졌다. 가장 눈에 띈 인물은 박성호 하나은행장후보다. 지성규 은행장이 물러나는 자리를 꿰차며 단숨에 ‘포스트 김정태’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박 은행장후보는 비교적 나이도 젊은 데다 하나금융지주가 지향하는 디지털과 글로벌 양면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게 강점으로 평가된다. 은행장으로서 성과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면 다음 회장후보로 유력시됐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경쟁구도를 갖추게 될 수도 있다.

-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후보로 낙점된 것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 1974년 태어나 이제 겨우 40대 중반의 나이다. 증시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높은 가운데 비은행 선두주자인 하나금융투자를 이끌게 된 만큼 입지를 다질 기회를 만난 셈이다.

-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과 장경훈 하나카드 사장은 예상대로 재신임을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에서 비은행부문 순이익 기준으로 하나금융투자에 이어 하나캐피탈이 2위, 하나카드가 3위다. 여신금융업 두 계열사를 이끄는 두 사람의 선의의 경쟁이 계속된다.

- 이진국 부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앞날도 주목된다. 김정태 회장이 3인 부회장 체제를 유지할지에 따라 거취에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 지 행장이 새롭게 부회장 자리에 오를지, 아니면 하나은행장을 끝으로 완전히 물러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부회장 역시 선행매매 논란에 휘말려 향후 거취가 불분명하다.

- 하나금융지주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윤성복 이사가 임기 6년을 채웠다. 내년 다음 회장을 새로 뽑아야하기 때문에 회장 후보 추천 권한을 지닌 이사회 구성에도 시선이 몰린다. 정기 주총에서 새로 사외이사 선임이 이뤄지면 그뒤 이사회 내부위원회에 회장후보 추천위원회가 꾸려진다. 이들이 다음 지주회장 후보를 뽑게 된다. 

◆ NH농협금융지주, 손병환 ‘4대 천왕’으로 임기 첫 해 출발

- 2020년 순이익 기준 금융지주 순위에서 우리금융을 제치고 4위에 안착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우리금융을 앞서 나가기 시작해 결국 연간 순이익에서 우리금융보다 4천억 원을 더 냈다.

농협중앙회에 내는 농업지원사업비까지 고려하면 순이익 차이는 7천억 원가량으로 확대된다. 다만 보험계열사 실적을 비교하면 수익 규모에서 다른 금융지주보다 뒤처진다. 농협금융의 보험계열사 순이익은 아직 연간 1천억 원에도 못 미친다.

- NH농협금융지주도 3월 정기 주총을 앞두고 배당성향을 결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과 달리 금융위 배당제한 예외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20% 넘는 22.7%로 배당성향을 결정했지만 나머지 금융지주 대부분은 권고치를 맞췄다.  NH농협금융지주도 일단 권고치에 맞춘 뒤 추가 배당을 통해 농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2012년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뒤 중간배당은 한 번도 실시된 적 없다. 

- 라임펀드 관련 판매 은행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수위 결정도 3월 안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NH농협은행은 89억 원으로 우리은행 3577억 원, 신한은행 2769억 원, 하나은행 871억 원 등에 비춰 판매규모가 현저히 적지만 소비자보호가 금융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만큼 제재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 NH투자증권은 NH농협금융지주의 순이익 증대에 지난해 혁혁한 공로를 세웠음에도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정영채 사장은 옵티머스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제재심의위 결정을 앞두고 있는데 투자자 보호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 사장은 3개월 직무정지 사전통보 받은 가운데 최종 징계수위에 운명이 걸려있다. 3월 라임사태 관련해 KB증권 제재심의위 징계수위가 기준이 될 수도 있는 만큼 다른 증권사 제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시련의 봄 계속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시련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는 1월에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라임펀드 판매 관련 금융제재심의위 결정을 앞두게 됐다.

금융당국과 중징계 처분 관련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또 중징계를 받게 되면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다만 손 회장이 은행장 재임 시절 벌어진 일인 만큼 중징계를 받아도 그 자체로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무리는 없다.

- 우리은행은 3월 초 이사회를 열고 라임펀드 관련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할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관련 분쟁조정 3건을 두고 65~78%를 배상하라는 금감원의 권고를 받았다. 제재심의위에 손 회장의 징계건도 달린 만큼 우리은행으로서는 배상안을 받아들이며 피해자 구제에 노력했다는 점을 들어 제재수위를 낮춰달라고 설득에 나설 수도 있다.

-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임기 1년을 받은 점이 눈에 띈다. 지주회장 임기 3년, 은행장 임기 2+1년인 관행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 케이스다. 손 회장이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조직의 안정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데 권 은행장의 입지가 다소 불안할 수밖에 없다.  
 
- 손태승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완전 민영화에 다가서기 위해 주가 부양에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맞춰 배당성향을 20%로 결정했다. 2019년 배당성향과 비교해 7%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순이익이 뒷걸음질한 상황에서 배당성향도 줄인 만큼 배당금 총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우리금융지주 지분 17.25%를 들고 있는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부터 지분 매각에 나설 계획을 세웠지만 주가 부진에 한 차례도 매각에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 배당금 마저 줄어들면 원금 회수를 위한 주가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해 우리금융지주 완전 민영화를 실현할 길도 그만큼 멀어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