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삼성전자는 고민이 깊어졌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야 할 시기에 총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됐다.
 
[데스크리포트] 2월 기업 동향과 전망-전자 반도체 통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자들에게 주도권을 뺏길 위험이 커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투자규모를 키우는 대신 기술 리더십을 주도해 반도체 가격 상승의 과실을 따겠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2020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여세를 몰아 '아픈 손가락' 스마트폰의 사업변화를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 지 진지한 검토에 들어갔다.

통신업계에서는 5G시대 본격화라는 변화를 앞두고 사업구조 개편에 골몰하며 경쟁력 높이기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반도체>

◆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기회는 2021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다. 반도체 가격이 장기간 상승하는 시기가 다가온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뒤 경기회복과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확대 추세가 맞물리며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쥔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시장도 급격한 성장이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에 대응해 대규모 투자를 벌여야 한다. 하지만 총수가 재수감돼 자리를 비운 위기상황에 놓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을 1월18일 선고받고 수감됐다. 이전 구속기간을 제외한 1년6개월의 잔여형기를 채워야 한다.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체제가 단단하다. 총수 부재에도 일상적 경영에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투자 만큼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삼성전자가 쥐고 있는 100조 원이 넘는 현금으로 어느 분야와 지역에 증설 투자를 할 지, 어떤 기업을 사들일 지를 전문경영인이 오롯이 결정하기 힘들다.

인텔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는 일이나 공급이 부족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 대응을 위한 인수합병 결정에는 천문학적 자금이 든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분야는 삼성전자도 후발주자여서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 무게는 오롯이 총수인 이 부회장만이 감당할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 조차도 옥중경영으로 얻는 제한적 보고 만으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이 부회장의 사면이나 가석방이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꾸준히 나온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 지는 가늠해보기 위해선 당분간 정치권에서 나오는 뉴스의 추이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삼성의 구체적 투자 결정은 정부의 결단에 맞춰 이뤄질 공산이 커 보인다.

◆ SK하이닉스

'D램이 끌고 낸드가 밀고'.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서 주력 D램뿐만 아니라 고전하던 낸드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투자금액을 크게 늘리기보다는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설비투자는 지난해보다 소폭 늘어나는 수준인 10조 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신 첨단 공정을 다듬어 기술 리더십을 주도한다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반도체 가격 상승의 실속을 톡톡이 챙기겠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D램을 생산하게 될 이천 M16 공장을 2월1일 준공했다. 시험 생산을 거쳐 6월부터 차세대 D램의 본격 양산에 나선다. 차세대 D램에는 미세공정에 필수로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극자외선 장비는 이전 세대보다 생산효율이 40%가량 개선된 10나노급 4세대(1α) D램 생산에 처음으로 사용하고 10나노급 5세대(1β) D램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D램 생산에서 첨단제품인 10나노급 2세대(1y)와 3세대(1z) 비중이 40%에 근접했다. 이를 2021년 말까지 75% 이상으로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1분기부터 D램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SK하이닉스가 기술 리더십을 계획대로 주도해 간다면 반도체 가격 상승의  과실을 크게 따낼 가능성이 커보인다. 

아픈 손가락이던 낸드 역시 올해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 후발주자였으나 128단 낸드에선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8단 낸드 제품 비중을 2020년 30%에서 2021년 상반기 안에 5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128단보다 생산성이 35% 늘어난 176단 낸드도 2021년 안에 양산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일시적 비용부담이 있지만 2021년 낸드에서 좋은 성과를 내 부담을 덜어낼 것으로 보인다. 

◆ LG전자

LG전자는 생활가전의 호조로 2020년 처음으로 영업이익 3조 원을 넘겼지만 모든 사업이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전장사업과 스마트폰사업은 여전히 적자다.  

전장사업은 희망이 보인다. 해마다 활발한 매출 증가가 일어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자체 전망을 내놨다. 전기차시장 확대에 발맞춰 마그나와 세우는 합작법인의 전망도 밝다.

문제는 스마트폰사업이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째 연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놓고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말해 대대적 변화를 강하게 시사했다.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의 변화는 기정사실화돼 있다. 다만 권 사장이 매각과 축소, 철수 등을 놓고 ‘최선의 선택’으로 무엇을 고를 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워낙 규모가 커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런 점을 고려해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의 일부만 떼어내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IB업계에서는 베트남 시가총액 1위기업 빈그룹을 비롯해 일부 중국기업 등을 부분매각의 인수후보군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나온다. LG전자가 북미에선 여전히 두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고 동남아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부분매각이든 자체적 사업 축소든 권 사장이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LG전자 스마트폰사업의 적자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21년 영업이익 4조 원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삼성SDI

삼성SDI는 스마트폰 등 소형전지분야에선 세계 최강자다. 다만 전기차배터리에선 중국기업 CATL이나 LG에너지솔루션에 밀린다. 2020년 4분기에서야 전기차배터리 중심인 중대형전지사업에서 첫 분기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삼성SDI는 2021년을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연간 영업이익을 내는 원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사들이 밀집한 유럽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생산 확대와 시장 공략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기업들이 전기차 생산계획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선발주자로 꼽히던 유럽 전기차기업들도 전기차 생산 확대기조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폴크스바겐그룹, BMW, 볼보, 르노, 재규어랜드로버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SDI가 고객사에 발 맞춰 동유럽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생산라인 4개를 추가하는 증설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면 전기차배터리사업 실적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더구나 주요 2차전지소재를 내재화(자본제휴나 지분투자)한 점, 가장 성능이 좋은 차세대전지로 꼽히는 전고체전지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 등은 삼성SDI의 전기차배터리 사업의 미래를 밝게 보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통신> 

◆ SK텔레콤


'야구 대신 e스포츠'. SK텔레콤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파는 대신 앞으로 e스포츠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비인기 종목을 지원하고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e스포츠 등 미래형 스포츠의 발굴과 투자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비인기 종목 지원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조하는 SK그룹의 경영철학에 따라 사회적 공헌을 늘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e스포츠 투자는 사업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e스포츠는 비대면시대를 맞이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e스포츠는 SK텔레콤이 5G 가상현실, 증강현실기술 등을 적용한 콘텐츠부문 등으로 가지를 쳐나갈 부분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SK텔레콤은 2004년 프로게임팀 ‘T1’을 창단했다. 2019년에는 T1을 모체로 미국 미디어그룹 컴캐스트와 함께 e스포츠전문기업 ‘SK텔레콤CST1’을 설립했다. SK텔레콤은 SK텔레콤CST1 지분 5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텔레콤은 컴캐스트와 합작법인을 세우면서 두 회사가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5G·미디어 기술, 콘텐츠 제작 역량 등을 활용해 게임 영상 콘텐츠 제작·스트리밍 방송 서비스, 게임 관련 상품 판매 및 패션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을 세워뒀다.

SK텔레콤은 e스포츠를 통해 5G, 인공지능 바탕 기술을 개발하는 데 다양한 기업과 협력의 틀을 넓혀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KT

KT가 주요 사업들의 분할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 대상으로 B2B(기업 사이 거래)부문과 미디어사업부문이 꼽힌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부터 KT그룹 전체의 '리스트럭처링’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통신기업으로서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씻고 5G와 연계한 새로운 먹거리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KT는 지난해 11월 T커머스 자회사 KTH와 모바일쿠폰사업 자회사 KT엠하우스의 합병안건을 결의했다. 이어 올해 1월 KT파워텔을 매각하고 콘텐츠제작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법인 스튜디오지니도 설립했다. 

계열사 단위에서 시작된 사업구조 개편이 KT로까지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2020년 B2B영역인 기업·IT솔루션부문 매출 증가율은 18%, 미디어사업은 20%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 여전히 KT는 최근 5년 동안 평균 성장률이 1%밖에 안 되는 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기존 통신사업의 성장정체에 가려 B2B, 미디어와 같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사업들이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성장하는 사업부문의 분사는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데 전략적으로 큰 보탬이 될 수 있으며 KT의 경영목표로 내걸고 있는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변화를 위한 뼈대를 구축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KT 미디어사업은 2020년 매출 규모가 2조8천억 원으로 추정되고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부문 매출까지 포함하면 사업규모가 약 3조 원에 이른다. 또 2020년 KT B2B사업의 매출규모는 2조 원대 후반으로 파악된다.

KT가 B2B사업부문과 미디어사업부문을 분할한다면 KT 기업가치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시장에서는 기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