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이 신설을 앞둔 배터리 법인의 대표이사에 오를까?

김 사장은 LG화학 배터리사업의 전성기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LG화학이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앞으로도 경쟁사들의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김 사장이 이번 신설법인 대표를  맡아 위기 극복의 과제를 풀어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오늘Who] LG화학 배터리 아직 불안하다, 김종현 신설법인 계속 맡나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


19일 LG화학에 따르면 전지사업본부의 물적분할을 앞두고 신설법인의 조직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전지사업본부의 물적분할을 승인받는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와 ISS는 이미 배터리 분할에 찬성 의견을 냈다. 

배터리업계나 시장은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이 신설법인을 이끌게 될 것으로 본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은 LG화학 전기차배터리사업을 궤도에 올려 역량을 입증했다”며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LG화학의 입지가 아직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준은 아닌 만큼 김 사장이 신설 배터리법인을 이끌어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에 올랐던 2018년까지만 해도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10% 점유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4~5위권 회사였다.

전지사업본부가 2017년 만년 적자를 끊고 영업이익 234억 원을 내는 등 가능성을 보이기는 했다. 다만 이는 파우치형 전기차배터리 등 중대형배터리의 부진을 원통형배터리 등 소형배터리가 상쇄한 결과였으며 LG화학은 여전히 전기차배터리사업에서 적자만 쌓아올리고 있었다.

김 사장은 그런 LG화학을 올해 8월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 24.6%를 점유하는 1위 회사로 이끌었다.

2020년 2분기에는 전기차배터리사업마저 흑자로 돌려내 전지사업본부가 영업이익 1555억 원의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내는 등 이익기조를 확립하는 성과도 올렸다.

특히 김 사장이 2019년 1월 중국 소형배터리공장의 증설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내면서 동시에 원통형배터리를 전기차용으로도 공급하는 전략을 수립한 것은 배터리업계에서도 ‘결정적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LG화학은 중국 소형배터리공장 증설로 세계 1위 전기차회사인 미국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의 독점 고객사였는데 LG화학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에 원통형배터리를 공급하면서 독점구도를 깼다.

글로벌 배터리시장 분석기관 SNE리서치는 모델3의 판매량 증가세가 LG화학 전기차배터리의 사용량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은 테슬라를 통해 원통형배터리의 성능과 품질을 검증한 뒤 미국의 신생 전기차회사 루시드모터스에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권한까지 따냈다.

LG화학은 과거 전기차배터리로 파우치형 배터리를 집중생산하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이제는 원통형배터리도 전기차배터리로 분류해 생산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14일 LG화학은 주주서한을 통해 전기차배터리 생산능력 목표치를 올해 120GWh에서 2023년 260GWh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존 계획은 2023년 200GWh였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생산능력 확보 계획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은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 때문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테슬라의 원통형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생산능력 확보 계획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다만 김 사장이 신설 법인의 대표를 맡는다해도 성공가도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주주서한에서 “글로벌 배터리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제조사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기회와 경쟁 심화의 위기가 동시에 있는 지금이 배터리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이 말한 경쟁 심화는 먼 미래가 아닌 눈앞의 위기일 수도 있다.

최근 LG화학 배터리가 쓰인 현대차의 전기차 코나EV와 GM의 전기차 볼트EV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가장 가능성 높은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화재사고로 LG화학은 앞으로 전기차배터리를 수주할 때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자들의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2018~2019년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때처럼 배터리 판매가격과 관련해서 추격자들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LG화학 관계자는 “김 사장이 신설법인의 대표이사에 오르는 것이 유력하다는 업계 시선은 타당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아직 신설법인의 조직 구축과 관련해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