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올해 국회 국정감사가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를 보인다.

유통업계에서는 당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거명되기도 했지만 여야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다만 일부 CEO(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이 소환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국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0월 기업 동향과 전망-유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여야 합의로 각 그룹 부사장·전무 등 실무진이 대신 나오기로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형태준 이마트 부사장, 임성복 롯데그룹 상무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5대 그룹 총수가 이번 국감에 증인으로 거명된 것은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출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농어촌 상생협력기금은 2015년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당시 피해를 볼 우려가 있는 농어업 지원을 위해 여·야·정이 조성하기로 합의한 사안이다.

정점식 의원실에 따르면 상생협력기금은 2017년부터 매년 1천억 원씩 10년간 모두 1조 원을 모으기로 했지만 매년 목표액의 30%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38억 원,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178억 원이 모였다. 다만 기금 출연이 기업의 의무사항은 아니다.

e커머스분야에서는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나온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G마켓 등 통신판매중개업자가 현재 제품 판매 중개만 하고 관리감독 의무가 없어 원산지 표시 위반 사안에 대한 책임이 없다면서 이와 관련한 의견을 듣기 위해 변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원회에선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타필드 '최소보장 임대료' 관련 문제 등 복합쇼핑몰·아울렛의 불공정행위에 관해 국감에서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다. 지난해 스타필드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국감장에 불려나갔던 임 대표에게 대중소 유통업 상생 관련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열리는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는 면세점 밀수사건에 대한 질타가 예상된다.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와 현 대표인 김회언 대표가 모두 증인으로 나온다.

신라면세점은 2016년 4월28일부터 같은해 10월4일까지 홍콩에서 롤렉스 등 고가 명품시계 4개(1억5257만 원 상당)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주 시내면세점 특허 논란도 다뤄진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인철 제주특별자치도상공인연합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제주 대기업 면세 특허 신규 허용에 대한 제주도민, 소상공인 의견을 청취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예년보다 뒤늦게 하반기 공개채용에 나서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룹사 차원의 대규모 공채 대신 계열사별로 '핀셋 채용'에 나선 기업들이 늘었다.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현재 3개월째 일본에 체류하고 있다. 신 회장은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한 달씩 근무하는 ‘셔틀경영’을 해왔지만 8월 일본으로 출국한 이후 아직 한국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은 연말 임원인사의 큰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격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수뇌부 인사 쇄신은 단행한 바 있다. 8월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깜짝 퇴진했다. 후임으로는 이동우 하이마트 대표가 임명됐다.

이에 따라 연말 정기인사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적쇄신의 필요성이 절박하다는 게 신 회장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600여 명의 임원에 대한 3개년 인사평가를 10월 말까지 완료하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접수한 인사평가서를 바탕으로 연말 정기 임원인사 단행을 위한 본격적 평가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올 하반기 그룹사 신입공채를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계열사별 자체 채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마다 그룹사 대졸 공채를 진행했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각 계열사별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룹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디지털 전환(DT)에 필요한 인력부터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롯데정보통신·홈쇼핑·GRS·칠성음료 등 4개사는 DT, 인공지능(AI), 엔지니어, 정보통신(IT), 사용자경험(UX) 등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 직무 중심으로 신입공채를 실시한다.

◆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그룹 혁신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추천하는 도서를 보면 경영구상을 유추할 수 있다고 본다. 

정 부회장은 이달 초 인스타그램에 추석연휴 추천도서로 '초격차:리더의 질문', '투자의 모험', '빅체인지, 코로나19 이후 미래 시나리오' 등 3권을 골랐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이 책들의 키워드는 모두 '혁신'이다. 

신세계그룹은 예년보다 채용규모를 줄였다. 상반기 공채가 없었던 만큼 하반기에는 예정대로 대졸 신입공채를 진행하지만 참여 계열사는 지난해 14개에서 올해 11개로 축소됐다. 

신세계(백화점)·신세계인터내셔날·SSG닷컴·신세계푸드·신세계건설·신세계사이먼·신세계프라퍼티·신세계L&B·스타벅스커피코리아·신세계I&C·까사미아 등이 대졸 신입사원 공고를 냈다. 

대형마트 이마트, 편의점 신세계면세점, 편의점 이마트24, 신세계TV쇼핑 등은 신입공채 공고를 내지 않았다.

◆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10월 중순으로 공채일정을 미뤘지만 채용규모는 올해 상반기와 비슷한 1300여 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한섬, 현대홈쇼핑, 현대그린푸드 등 계열사 5곳에서 채용이 진행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유통, 리빙, 패션의 기존 3대 사업에 뷰티 헬스케어를 더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영역 확대 배경에는 안정적 현금 창출원인 현대홈쇼핑이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홈쇼핑의 현금창출능력은 연평균 17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유통이라는 본업 특성상 투자금액(연평균 87억 원)이 적어 현금성 자산이 쌓이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한섬, 현대L&C를 인수하는 등 그룹의 핵심 인수합병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지속돼 홈쇼핑 본업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증권업계에서는 현대홈쇼핑이 2020년 3분기에도 실적이 증가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앞으로 어떤 시장에 도전장을 던질지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 CJ그룹 

CJ그룹이 올리브영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하면서 이제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부장의 경영권 승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세들이 지배구조와 무관한 CJ올리브영 상장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실탄을 마련한 뒤 지배구조의 핵심인 CJ의 지분을 취득할 것이란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CJ올리브영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재원을 마련하는 역할로 지목된 곳으로 4세 경영자가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 재원 확보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CJ올리브영의 지분은 CJ가 55%, 이 부장이 17.97%, 이 상무가 6.91% 보유하고 있다.

CJ그룹은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을 맡지 않아 책임경영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보고서 CJ그룹 편에서 "그룹 내 총수 일가가 등기 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는 없으며 다수 상장법인에 이재현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됐다"고 지적했다. 상장사 가운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곳은 전무해 경영진에 대한 효과적 견제를 위해 이사회의 독립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의 등기임원 등재비율은 6.5%로, 10대 그룹 총수일가 평균 등재비율 8.3%, 30대 그룹 17.8%보다 낮았다. 

실제로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에 총수인 이 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또한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부장과 장녀 이경후 상무 등 4세가 이사로 등재된 계열사가 한 곳도 없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아울러 이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지주회사 CJ 지분 증여와 4세 경영자인 이 상무와 이 부장의 지분율 확보,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확보를 CJ그룹 경영권 승계의 주요 이슈로 꼽았다.

CJ그룹은 올해부터 그룹 공채 대신 계열사별로 사원을 뽑는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CJ푸드빌과 CJ CGV는 하반기 채용을 건너뛰고 CJ제일제당·대한통운 등 6개사만 공채와 수시 채용을 병행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