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암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오랜 갈등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삼성생명은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며 암환자 모임 대표가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제재심의위원회 제재 관련 부담도 덜 것으로 보인다.
 
전영묵, 삼성생명 암보험금 소송 이겨 금감원 제재 관련 부담도 덜어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암환자 사이 소송에서 삼성생명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삼성생명에 징계를 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금융감독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삼성생명 종합검사에서 암보험금 지급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보험금 지급문제로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제제심의위원회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10월 안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은 2018년 9월 분정조정위원회에서 말기암 환자의 입원, 집중 항암치료 중 입원, 암수술 직후 입원 등과 관련해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는데 삼성생명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이 수술, 항암, 방사선치료 등 ‘암의 치료를 위한 직접 목적으로 하는’ 또는 ‘암의 직접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권고에도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고 버텨온 만큼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는데 상황이 삼성생명에 유리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9월24일 이정자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공동대표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 입원비 청구 소송의 상고를 놓고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원심에 법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진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정자 대표의 요양병원 치료가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이 없으므로 약관에 따른 암 입원비 지급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정자 대표는 요양병원 입원치료를 놓고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며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전 사장은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단을 받아든 만큼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제재심의위 결과에서도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보험금 부지급을 이유로 삼성생명에게 중징계를 내리게 되면 삼성생명에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결정한 사법부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암보험금 지급 갈등은 소비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 생명보험 업계 1위라는 삼성생명의 위상에 상처를 내왔는데 이번 대법원 결정이 나오면서 전 사장이 어느 정도 수습할 수 있게 됐다.

삼성생명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정치권과도 암보험금 문제로 갈등을 빚자 요양병원 입원비 관련 보험금 지급 기준을 지속적으로 완화해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판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 관계자가 제기한 유일한 소송으로 상징성이 큰 재판이었다"며 "삼성생명에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리면 배임행위를 하라고 떠미는 격"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의 회원들은 2017년 11월부터 삼성생명과 요양병원 입원비 보험금 지급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다 올해 1월부터는 삼성생명 본사 2층 고객센터를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7월 법원의 집회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삼성생명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이어가던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자 모임으로서는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명분상 큰 타격을 받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보험금 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시선도 있다. 이 대표는 대법원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어 재심 청구를 준비하고 지하철역과 의료기관 등을 돌며 1인 시위를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까지 점거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대표의 소송이 개인자격으로 진행돼 온 만큼 점거농성 전체 퇴거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이 다른 생명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다른 보험사들은 이미 금융감독원의 암 입원비 지급권고를 수용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 금융감독원의 지급권고에 삼성생명이 '전부 수용'한 비율은 62.8%로 나타났다. 반면 다른 경쟁사들의 지급권고 전부 수용 비율은 90%를 웃돌았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전부 수용 비율은 각각 90.9%와 95.5%로 집계됐다. 그 외 AIA생명, 미래에셋생명, 푸르덴셜생명, 오렌지라이프, NH농협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들은 모두 당국의 암 입원비 지급권고를 100% 수용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