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일방통행에 여론은 싸늘, 김태년 이제 ‘협상력’ 보여줄 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가 6월23일 강원도 고성군 화암사 인근 식당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협상의 달인’으로서 실력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

김 원내대표는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지금까지는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줬지만 민주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이 급속히 나빠진 만큼 앞으로 원내전략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13일 여론 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3.4%, 미래통합당 36.5%로 조사됐다.

오차 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 이후 199주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이 지지도 조사에서 보수 정당에 1위를 내줬다. 

14일로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는 김 원내대표로서는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셈이다.

김 원내대표의 취임 100일을 기념한 기자회견을 취소할 정도로 민주당 지도부는 통합당과 지지율이 역전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3일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날 회의에서 지지율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으나 의원들이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김 원대대표의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은 수해복구에 집중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추가경정예산안, 부동산 관련법, 공수처 후속 법안 등을 과감히 처리해왔지만 국민여론이 민주당의 '독주'에 제동을 건 만큼 앞으로 김 원내대표는 협상쪽에 더욱 무게를 실어야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현재 그 앞에 과제로 놓인 행정수도 이전 문제, 공수처 출범 등은 모두 민주당과 통합당 사이 견해차가 워낙 커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주제들이다.

김 원내대표가 의석수를 앞세워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여론의 역풍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게다가 통합당이 지지율 상승세에 힘입어 각종 현안에 더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도 김 원내대표에게는 부담이다.

주 원내대표는 13일 전라북도 남원시 수해지원 봉사활동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노력한 만큼 국민이 알아준다는 믿음을 품게 됐다”며 “결산국회나 정기국회 때 법안이든 예산이든 국민이 아쉬워하고 필요한 것은 여당보다 더 정교하게 잘 만들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29일 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계기로 통합당과의 관계설정을 다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낙연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이는 김 원내대표가 통합당과 협상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21대 국회 개원 뒤 민주당과 통합당 사이 대화가 순조롭지 않은 이면에는 이해찬 대표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이 '악연'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1988년 국회의원 선거때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었고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은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반면 이낙연 의원은 김 위원장과 인연이 깊다.

이 의원은 7월7일 당대표 출마선언을 한 뒤 야당과의 관계설정과 관련해 “기회가 되면 가장 먼저 김 위원장을 찾아 뵐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는 35년 동안 좋은 선후배로 지내온 만큼 배울 것은 배우고 부탁드릴 것은 부탁드리고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최근 들어 민주당을 향한 여론 변화를 감지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그는 6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비공개로 오찬을 하며 “부동산법 입법 강행은 미안했고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공수처 후속3법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는 현재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고 있는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위원 비토권을 유지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