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을 곧바로 내놓지 않고 있다.

김광수 대표이사 회장으로서는 농협중앙회와의 관계 등 고려해야 할 대목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많기 때문이다.
 
[오늘Who] 김광수, NH농협금융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규모 놓고 고심

김광수 NH농협급융지주 회장. 


28일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한국판 뉴딜 투자지원을 놓고 내부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로선 한국판 뉴딜정책과 관련해 지원 여부를 확답하기 어렵다”며 “투자지원 여부를 비롯해 규모, 범위, 구체적 지원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지주를 제외하고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모두 대규모 투자지원방안을 내놨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직후 ‘그룹 CEO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한국판 뉴딜을 뒷받침하는 측면에서 신한금융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신한 네오 프로젝트’에 힘을 모으고 기존의 혁신성장 대출·투자 공급액을 20조 원 늘린 85조 원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같은 날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모두 참여한 ‘KB뉴딜·혁신금융협의회’를 열고 5개 핵심 추진 과제에 2025년까지 모두 9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26일 한국형 뉴딜사업에 각 10조 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은성수 위원장이 23일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을 만나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놓고 금융권의 협력을 요청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4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적극적으로 화답했다는 점에서 김 회장의 '장고'가 눈에 띈다. 

김 회장의 결정이 길어지고 있는 것은 농협의 구조적 특징 때문으로 풀이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상위조직인 농협중앙회의 뜻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농협중앙회가 NH농협은행을 비롯해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등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을 지도하고 감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투자지원 규모가 대규모인 만큼 김 회장이 단독으로 참여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NH농협금융지주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하지만 대규모 투자지원과 관련해 농협중앙회와 조율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농협의 특수성도 김 회장의 결정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핵심계열사인 NH농협은행은 공무원이나 농촌의 고령고객이 많아 다른 은행들보다 신중한 경향을 보인다. 농협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며 NH농협생명이나 NH농협손해보험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농업인 안전보험', '농작물 재해보험' 등 정책보험을 판매하기도 한다.

NH농협금융지주는 한국판 뉴딜과 맥락을 같이 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 관련 계획을 내놓는 데도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한발 늦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수년 전부터 ESG 채권을 발행하거나 관련 기업에 투자를 해온 것에 비해 NH농협금융지주는 올해 들어 ESG경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 회장도 취임사에서 “농협금융이 보수적이고 관료화돼 있다는 비판을 일각에서 제기한다”며 “업무 프로세스를 점검해 스마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업무관행이 있다면 전면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각 금융지주사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김 회장도 지원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확실시 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사가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지원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인 만큼 NH농협금융지주에서도 쟁점사항은 지원 여부가 아닌 지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대체투자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김 회장이 한국판 뉴딜에 참여할 가능성을 높인다.

해외 대체투자가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상황에서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