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코로나19 두려움과 함께 한 삼성전자 주총, 쓴소리 발언도 여전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18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1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쓴소리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참석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를 향한 사회적 관심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18일 삼성전자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한 주주에게로 마이크가 넘어갔다. 그는 쉰 목소리로 “강남역 철탑 위에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순간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김기남 부회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난해 6월10일 서울 강남역 사거리 교통관제탑 위에서 농성을 시작한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를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김용희씨는 1991년 삼성항공(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노조 설립을 시도하다 해고된 뒤 1994년 삼성물산으로 복직했지만 이후 1년 만에 다시 회사를 나와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주는 "강아지가 철탑 위에 있어도 300일 다 되는 시간 동안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삼성의 노동탄압이 세계로 퍼져가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글로벌경영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김기남 부회장은 “주주총회와 무관한 말을 끝내 달라”고 요청했고 다음 순서를 진행했지만 이 주주는 계속해서 고함을 쳤다. 결국 김기남 부회장은 주주총회 의장 권한으로 퇴장을 요청했다.

돌발발언은 이어졌다.

김현석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CE부문 사업현황을 간략하게 설명했고 질문을 받았다. 

한 주주가 나서 “이재용 부회장이 주주총회에 나와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삼성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돈만 번다고 기업이 아니고 인간적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된 점을 따진 것으로 보인다.

장내 분위기는 다시 한번 경색됐고 이 사장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CE부문 질의응답을 마쳤다. 

이날 현장에서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주주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주주는 삼성전자의 사업전략에 관해 알고 싶어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주주는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에게 삼성전자 자체 반도체 ‘엑시노스’가 퀄컴 ‘스냅드래곤’보다 성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데도 스마트폰에 계속 탑재하는 이유를 물었다. 

고동진 사장은 “시장과 상황에 따라 고객들의 평가가 다를 수 있다”며 “삼성전자 제품이라 엑시노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경쟁논리를 통해 제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가전사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김현석 사장은 “현재 시점에서는 전혀 차질이 없다”며 “초기에 중국의 일부 부품공장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문제없다”고 말했다.

이날 안건은 3건으로 재무제표 승인(배당 승인),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으로 구성됐다.

배당 승인안건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다음으로 사내이사 선임안건이 나왔는데 김기남 부회장은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사내이사에 올라야 할 이유를 설명한 뒤 “시간 관계상 박수로 의결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반대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주주 대부분이 손뼉을 쳐 동의했다.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박수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방식에 관해 불만이 쏟아졌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그 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안건도 마찬가지로 ‘박수의결’을 통해 가결되면서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는 막을 내렸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무엇보다도 코로나19의 철저한 대비가 눈에 띄었다.
 
[현장] 코로나19 두려움과 함께 한 삼성전자 주총, 쓴소리 발언도 여전

▲ 삼성전자 주주총회 현장에 설치된 '건강확인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방문객을 안내했다. 또 주주총회장으로 향하는 통로에는 어김없이 손세정제가 놓여 있었다. 직원들은 통로를 그냥 지나가는 사람에게 정중히 손세정제 사용을 권고했다.

체온을 재는 절차도 마련됐다. 기본적으로 열화상 카메라가 설치돼 들어오는 사람들의 체온을 확인했다. 그 다음에는 직원들이 직접 전자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했다. 

체온이 다소 높게 나오는 사람은 근처에 마련된 ‘건강확인소’라는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건강확인소로 가보니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현장 의료진은 “바깥이 춥다는 점을 고려해 먼저 37도 기준으로 측정한 뒤 체온 37도가 넘는 사람은 건강확인소에서 잠시 대기하는 식”이라며 “이후 37.5도 기준으로 다시 몇 번 더 측정해 계속해서 체온이 높게 나오면 주주총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점을 놓고 양해를 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온 측정을 통과한 주주들은 행사가 열리는 전시홀로 입장하기 이전에 해외여행 방문지 등을 묻는 문진표를 작성했다. 귀찮을 수 있는 절차가 이어져도 통제를 거부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에게 참고자료인 영업보고서와 의안과 함께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나눠줬다.

이처럼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정작 참석하는 주주는 많지 않았다. 주주보다 안내직원과 취재진이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액면분할 이후 첫 번째 열렸던 2019년 삼성전자 주주총회에는 무려 1천여 명의 주주들이 몰렸다. 당시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289명이 참석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