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이 업황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주친화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이 배당확대 요구에 따라 늘린 배당규모를 유지하면서 배당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것인데 그룹 지배력을 키워야할 자금을 마련해야 할 오너일가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CJ 실적 꺾여도 배당은 확대, 오너들도 반갑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곳들 가운데 2019년도 배당금 규모를 줄인 곳은 롯데그룹이 유일하다.

롯데쇼핑은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주당 5200원을 배당했는데 2019년에는 1주당 3800원으로 낮췄다.

롯데케미칼 역시 1주 배당금을 1만500원에서 6700원으로 내렸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순손실 8536억 원을 내며 ‘어닝쇼크’를 보인 데다 롯데케미칼 역시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3.1%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받는 배당금도 줄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에서 253억 원가량을 배당으로 받았지만 올해는 210억 원가량을 받는다.

롯데그룹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는 것을 배당기준으로 삼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순이익 감소에 맞춰 각각 배당금 규모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배당규모를 늘렸다.

이마트는 순이익이 20% 줄었지만 1주당 배당금을 2천 원으로 그대로 유지했고 광주신세계는 1주당 배당금을 3천 원에서 3500원으로 높였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순이익이 15.2% 줄었지만 1주당 배당금을 900원에서 1천 원으로 올렸다.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는 CJ도 올해 보통주와 우선주에 주는 배당금을 각각 400원씩 높였다.

각 그룹들이 이커머스업체들의 공세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으면서도 배당을 낮추지 않거나 오히려 높이는 것은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각 기업에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압박을 넣으면서 배당을 늘렸던 만큼 이를 1년 만에 실적 부진을 이유로 되돌리기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의 배당정책에 적극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배당정책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주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일관성’인 만큼 배당 축소가 현재 경영진을 향한 비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순이익이 줄었지만 배당금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당장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 아닌 점도 각 그룹이 배당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이유로 꼽힌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등 각 그룹의 오너일가들에겐 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2019년도 배당으로 정용진 부회장은 87억 원, 정유경 총괄사장은 34억 원, 정지선 회장은 66억 원가량을 받는다. 모두 2018년보다 받는 배당금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약 261억 원을 배당으로 받고 이번에 처음으로 CJ에서 배당을 받는 이선호 부장은 14억8천만 원, 이경후 상무는 6억4천만 원을 각각 받는다.

다만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대규모 투자 등을 진행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런 유연하지 못한 배당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사업적으로 독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재투자 등을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배당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