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체제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거취를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는 금융당국 제재 가능성에도 손 회장을 다음 지주사 회장으로 단독 추천했는데 손 회장의 제재가 이른 시일 안에 확정될 가능성이 커져 향후 대응방안에 시선이 몰린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체제, '중징계' 손태승 거취 놓고 시험대 올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3일 우리금융그룹과 금융권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주가 손 회장을 지키기 위해 금융당국 제재에 소송으로 맞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리금융지주가 금융회사 인수합병을 위해 금융당국과 앞으로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데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이 모두 금융회사인 만큼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과 사내이사인 손 회장,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이사를 더해 7명으로 구성된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추천해 경영에 참여하는 과점주주는 IMM프라이빗에쿼티(5.62%), 한화생명(3.74%), 키움증권(3.74%), 한국투자증권(3.74%), 동양생명(3.74%) 등 5곳이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는 금융당국에 맞서지 않는 것을 전제로 손 회장의 연임 포기 여부에 따라 다른 대응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한다면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는 이를 받아들이고 곧바로 다음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는 시선이 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손 회장을 다음 지주사 회장으로 추천하긴 했지만 금융당국의 제재 의지가 강한 만큼 이에 맞서기보다 경영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금융그룹의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사임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B'도 과점주주들이 마련해 뒀을 것"이라며 "손 회장이 결심한다면 이사회에서 즉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장동우(IMM프라이빗에쿼티), 노성태(한화생명), 박상용(키움증권),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전지평(동양생명)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지난해 연말 손 회장을 다음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문제는 손 회장이 소송을 통해 금융당국의 결정에 맞서겠다고 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다. 

손 회장이 받은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가 자리를 지킨 선례는 없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2009년 우리은행장 시절 받은 ‘직무정지’ 처분을 놓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긴 했지만 우리은행장에서 사임한 뒤 개인자격으로 이뤄졌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2014년 금감원의 해임권고에 소송으로 맞설 뜻을 보였지만 KB금융지주 이사회는 임 전 회장을 해임했다. 

손 회장이 금융당국에 소송으로 맞서길 원한다면 과점주주들이 손 회장의 해임을 결정할 수도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관련한 제재안 처리에 속도를 내면서 손 회장에게는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포기하거나 소송으로 맞서는 방안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3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손 회장에게 내린 ‘문책경고’ 제재 결정을 결재했다. 

금융당국의 손 회장 제재는 윤 원장 결재로 확정된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우리은행 제재안을 의결한 뒤 함께 통보함으로써 효력을 발생하게 된다. 윤 원장이 결재를 마침으로써 금융위 계획대로 3월 초에 제재 통보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문책경고가 통보되면 손 회장은 현직은 마칠 수 있지만 통보시점 뒤 3년 동안은 금융기관 임원을 맡을 수 없다. 

손 회장의 다음 지주사 회장 임기는 3월24일로 예정된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 이후 시작된다. 

금융당국의 제재가 이보다 앞선 3월 초에 통보된다면 금융당국 결정에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을 내고 재판까지 가야만 지주사 회장을 연임할 수 있는 길이 생겨나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