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사장 인사는 재신임 우세, 내년은 안전사고 놓고 가시방석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5월8일 서울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현장에서 열린 '10대 건설사 안전경영 선언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이 장관, 우무현 GS건설 건축주택부문 사장. <연합뉴스>

대형건설사가 연말 임원인사에서 ‘변화’ 대신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대형건설사 대표들은 대부분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실적 후퇴를 방어하며 자리를 지켰는데 내년에는 실적만큼이나 ‘안전’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물산을 제외한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의 연말 임원인사가 모두 끝난 상황에서 대형건설사들은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물산은 노조와해 혐의, 국정농단사건 재판 등 그룹 이슈에 따라 임원인사가 내년 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포스코건설이 대표이사를 이영훈 사장에서 한성희 사장으로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림산업이 건설사업부 대표를 박상신 부사장에서 배원복 사장으로 바꿨으나 박 부사장에게 기존 주택사업본부장 역할을 그대로 맡기며 변화를 최소화했다.

호반건설도 최승남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리며 새 대표로 선임했지만 기존 각자대표를 맡고 있던 송종민 사장과 박철희 사장을 그대로 중용하면서 안정을 선택했다.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오히려 현체제에 더욱 힘을 실었다. 임병용 GS건설 대표와 김대철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연말 인사에서 각각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주요 대형건설사 대표들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해외수주 감소 등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하며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점 등을 인정받아 자리를 지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실적을 확대해도 자리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내년부터 안전사고와 관련해 원청의 책임을 크게 높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이른바 ‘김용균법’이 임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0년 1월16일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면 대형건설사는 건설현장 사고에서 일어나는 모든 안전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조치의 책임을 져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추락, 붕괴사고 등과 관련해서는 사업장 밖이라도 대형건설사가 제공·지정한 작업이라면 책임을 진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은 일부 위험작업과 관련해 사업장 내에서만 원청의 안전보건조치의 책임을 묻고 있는데 범위가 크게 넓어지는 것이다.

원청이 안전조치를 위반하면 받는 처벌도 현재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으로 세졌다. 5년 내 사망사고가 재발하면 50% 범위에서 가중 처벌도 가능하다.

시공능력평가 1천위 이내 건설사 대표는 현장사고를 사전에 막기 위해 안전·보건 계획을 별도로 수립해 이사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새 산업안전보건법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일하던 김용균씨의 죽음이 도화선이 돼 국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건설현장 안전강화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는 국내 산업재해의 절반 이상이 발생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안에 산재에 따른 사망사고를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는데 건설현장의 사망사고 감소 없이는 공약을 사실상 달성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현장과 비정규 특수 고용노동자의 안전 강화를 뼈대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28년 만에 전면 개정했고 시행령을 의결한다”며 “정부가 강한 의지로 노력하면 실제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대표들은 매년 신년사에서 하나 같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하지만 대형건설사에서 일어나는 사망사고는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형건설사 사장 인사는 재신임 우세, 내년은 안전사고 놓고 가시방석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6일 서울 정동 국토발전전시관 회의실에서 건설안전 혁신위원회 첫번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하반기부터 매월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 명단을 발표하고 있는데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동안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 등 10대 건설사 가운데 6개 건설사에서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위험의 외주화 등 안전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진 상황에서 법적 책임 역시 커진 만큼 내년부터 안전 문제가 대형건설사 대표 임기에 주요 변수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최근 포스코건설이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을 놓고도 실적보다는 안전이슈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포스코건설은 시민단체로부터 ‘2019 최악의 산업재해업체’에 꼽히고 라돈아파트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는 등 2019년 내내 안전문제와 관련해 입길에 올랐는데 연말인사에서 포스코 홍보실장 출신인 한성희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철저히 대비를 하더라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것이 안전 문제”라며 “지속해서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관련 규제가 지속해서 세지고 있는 만큼 항상 긴장상태로 안전문제를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