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GS그룹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끌어왔는데 재계에서 또 다른 거인의 퇴장이다. GS그룹의 세대교체뿐 아니라 재계를 이끌었던 오너그룹의 한 세대가 끝났음을 알린다.
 
'재계의 신사' 허창수 GS그룹 회장 퇴장, 오너경영진 한 시대 마감

허창수 GS그룹 대표이사 회장.


3일 허 회장이 GS그룹 회장에서 퇴장하면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등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의 재계를 이끌었던 오너세대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허 회장의 퇴장으로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젊은 오너’들에게 오롯이 맡겨지게 됐다.

허 회장은 15년 동안 GS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단순히 GS그룹뿐 아니라 재계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허 회장에게는 '재계의 신사'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인화'를 중시하는 경영방침에 더해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는 선 굵은 경영자로 알려져있다.

'기본'을 중시하는 경영자로도 평가받는다. 특히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도 엄격해 아들 허윤홍 GS건설 사장에게 주유원으로 3개월 동안 일을 맡긴 것은 널리 회자된 일화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했던 "기본이 바로서면 길은 저절로 생긴다"라는 발언처럼 회장 취임에 오른 뒤 항상 기본을 앞세워 GS그룹에 '투명경영'을 정착시켰다.

허 회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5년 GS그룹이 공식적으로 LG그룹에서 분리돼 새출발을 하면서부터다. 

일각에서는 GS그룹 회장을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허동수 당시 LG칼텍스정유 회장이 맡게 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로 전면에 나서지 않던 허 회장이 분리 직후 GS그룹 회장을 맡게 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허 회장은 이후 10년이 넘게 GS그룹 회장을 맡아 업무를 수행하면서 정유기업이라는 GS그룹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 주력하는 ‘공격경영’,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현장경영’등을 통해 GS그룹을 키워냈다. 

GS그룹은 2005년 출범 당시 매출 23조 원, 자산 18조 원, 계열사 15개 규모였으나 2018년 말에는 매출 68조 원, 자산 63조 원, 계열사 64개 규모까지 성장했다. 2018년 기준 GS그룹은 재계 순위 8위에 올라있다. 

허 회장은 ‘재계의 큰어른’으로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의 회장을 맡아 재계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전경련 회장을 맡아서도 기본을 중시하는 방침을 고수했다. 특히 '박근혜 게이트'로 위기에 빠진 전경련을 구해낸 것은 허 회장의 가장 큰 공로로 평가받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과 관련해 전경련이 여론의 질타를 받고 가입 기업들의 탈퇴도 이어지면서 전경련의 위상이 급락했을 때 이를 수습했다. 이 때 위력을 발휘한 것 역시 정경유착 근절, 회장단 폐지 등 '기본 바로세우기' 였다.

허 회장은 또한 전경련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쉴새없이 각국의 지도자, 장관급 인사, 정치인, 실무자들을 만나며 한국 재계의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2018년에는 20개 주요국가(G20) 회의에 참석해 각국 지도자들에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두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현재 33대부터 무려 5대째 전경련 회장으로 재계를 대표하고 있다. 2017년과 2019년에 각각 35대, 36대 전경련 회장 임기가 끝났을 때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마땅한 후임을 찾지 못하자 계속 회장을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