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증권이 경영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자마자 또 다시 ‘경영공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내몰렸다. 

상상인증권은 유준원 상상인 대표이사와 관련한 의혹을 전면으로 부인해 경영활동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온힘을 쏟고 있다.
 
상상인증권, 최대주주 유준원의 조국 관련 의혹에 바람 잘 날 없어

▲ 이명수 상상인증권 대표이사.


13일 증권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상상인증권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상상인증권지부 등 회사와 노동조합이 유준원 상상인 대표를 둘러싼 의혹을 한 목소리로 정면 반박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개입된 코링크PE(프라이빗에쿼티) 관련 회사에 상상인그룹의 저축은행 계열사들이 대출을 내준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일 뿐 대가성 대출은 아니었다고 못을 박고 있다.

10월 말 MBC ‘PD수첩’은 상상인저축은행이 올해 8월 이차전지 회사 WFM에 대출을 내준 것은 지난해 유 대표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한 데 따른 ‘대가’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골든브릿지증권을 인수하려는 과정에서 유 대표의 대주주 적격성에 빨간 불이 켜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 전 장관과 연관된 코링크PE와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WFM은 코링크PE가 투자한 회사다. 

유 대표는 1973년 태어나 IT회사 텍셀네트컴(현 상상인)의 김춘수 전 대표의 사위로 알려졌다. 2009년 현대차 부품회사 씨티엘의 경영권을 인수하며 코스닥시장에서 ‘거액 개인투자자(슈퍼개미)’로 이름을 알렸다. 이외에 언론에 노출된 내용은 거의 없다.

상상인증권 노동조합을 비롯해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가 또 다시 ‘대주주 논란’을 겪게 되자 경영활동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상상인증권이 올해 초 상상인그룹에 인수된 뒤 회사이름을 바꾸고 브랜드 광고를 하는 등 그동안의 경영공백을 메우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는데 이번 일로 브랜드 평판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호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상상인증권지부 본부장은 13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상상인증권은 옛 골든브릿지증권 시절의 긴 경영공백 상태에서 벗어나 조금씩 손실을 줄이는 등 정상궤도에 오르는 과정에 있었다”며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영업활동에 차질이 생겨 직원들도 사기가 꺾인 상태”라고 말했다.

상상인증권은 올해 초 상상인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골든브릿지증권 시절부터 줄곧 경영진의 도덕성 문제에 시달렸다.

이상준 전 골든브릿지금융그룹 회장이 당시 골든브릿지증권의 경영난에도 모기업인 골든브릿지에 거액을 배당하는 등 부당경영을 이어가 노조와 갈등을 겪었고 이에 따라 무려 골든브릿지증권은 1년6개월가량을 경영공백 상태로 흘려보냈다.

상상인그룹의 인수가 확정된 이후에도 유 대표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수가 무산될 뻔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유 대표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상상인증권이 '대주주 공백사태'를 다시 맞게 될 수도 있다.  

만약 유 대표의 ‘대가성 대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받는다면 금융당국이 주기적으로 벌이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유 대표가 통과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은 상상인증권의 지분을 42.06% 들고 있는 최대주주고 유 대표는 상상인의 최대주주다. 상상인증권의 최대주주가 상상인인 만큼 유 대표는 상상인증권의 대주주에 해당한다. 유 대표가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면 상상인증권을 놓고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유 대표가 금고 1년 이상의 실형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당장 상상인증권 경영활동에 차질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유 대표가 상상인증권 대주주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이사회 등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상인증권은 이명수 상상인증권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김 본부장은 11일 서울 삼성동 상상인증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골든브릿지증권 시절 586일간의 투쟁을 경험한 노동조합은 누구보다 대주주와 경영자의 자질 검증에 절실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며 “진실을 찾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만약 해당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회사측에 회복하기 힘든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상인증권은 2019년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1584억 원 수준의 소형 증권사로 상반기까지 순손실 39억 원을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