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첫 시범대상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선택할 수도 있다.

23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조 위원장의 재벌개혁 의지는 애초 대기업 관계자들이 생각했던 수준 이상으로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성욱 재벌개혁 의지 강해, 아시아나항공이 공정위 첫 본보기 되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재계에서는 재벌규제를 향한 공정위의 규제 강도가 앞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받고 있다.

조 위원장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 등 대기업 주요 인사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재벌규제를 놓고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조 위원장은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마련한 ‘CEO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공정경제 정책 성과가 아직 체감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재벌개혁을 위한 공정위의 노력을 보면 실제로 많이 제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 위원장이 전임자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비교해 대기업에 공격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

조 위원장이 꾸준히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거나 취임 뒤 한 달이 지나도록 대기업과 관련해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문재인 대통령도 기업 친화적 행보를 보였다는 점도 대기업을 향한 정부기관의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조 위원장은 대한상의와 간담회에서 “경기 상황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원칙에 따라 공정경제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의 규제완화 기대를 정면으로 꺾는 발언도 내놨다.

조 위원장의 대기업을 향한 강도 높은 규제방침은 아시아나항공 제재를 통해 처음으로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조 위원장이 대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공정거래를 강조한 날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사업을 통한 계열사 부당지원 건의 심사보고서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졌다.

심사보고서에는 공정위가 아시아나항공의 혐의를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하고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금룹 회장 등 전현직 경영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강도 높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의 혐의가 조 위원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강조한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한다는 점도 규제 강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보탠다.

게다가 조 위원장이 공정위의 현재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고 언급한 점도 아시아나항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 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은 과징금이 크지 않아 공정위 제재에 별 관심이 없다”며 “해외 경쟁당국의 과징금은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찾아보니 한국 기업이 지난해까지 미국,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으로부터 제재받은 건수는 25건인데 부과된 과징금 총액은 3조6천억 원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조 위원장의 발언을 놓고 제도적 틀 안에서 조 위원장이 과징금 부과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조 위원장은 학자로 활동하던 2012년 발표한 논문에서도 “재벌의 불법행위는 신고건수보다 실제 적발돼 처벌받는 경우가 적을 뿐만 아니라 적발되더라도 과징금이 낮아 불법행위를 방지하지 못한다”고 바라봤다.

아시아나항공의 불공정거래행위와 관련된 공정위의 제재 내용은 아시아나항공의 의견서를 받은 뒤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제재와 관련된 전원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