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이 스마트폰사업 회생의 실마리를 잡았다.

권 사장은 어려운 상황에서 MC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며 무거운 짐을 떠안았는데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이전하기로 한 결정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권봉석, LG전자 스마트폰 생산기지 옮기는 강수로 회생 실마리 찾아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


8일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LG전자가 3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1800억 가까이 웃도는 깜짝실적을 낸 것은 MC사업본부의 적자 축소에 힘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 많다.

김준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MC사업본부는 2분기 일회성 비용 제거와 마케팅 효율화로 1500억 원에 가까운 적자폭을 축소했다”고 판단했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MC사업본부 영업적자는 2분기 3130억 원에서 3분기 1천억 원 중후반대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베트남으로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일회성비용이 3분기에는 제거됐고 생산 안정화로 고정비도 크게 축소됐다”고 말한다.

권 사장에게 MC사업본부의 적자 축소는 고무적 일이다. 특히 생산기지 이전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더욱 긍정적이다.

다만 앞으로 MC사업본부 실적이 구조적으로 성장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권 사장에게 스마트폰사업 반등이라는 과제는 무겁다. 생산라인 이전으로 적자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아직 실적 반등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실적 반등의 관건은 권 사장이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를 늘려나갈 수 있을지에 달렸다.

권 사장은 올해 듀얼스크린을 장착한 5G스마트폰 'LG V50 씽큐'와 후속작 'LG V50s'를 잇달아 내놓으며 스마트폰 판매 반등을 노리고 있다. 

LG전자의 상반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그럼에도 V50 씽큐 등의 판매 호조로 2분기 국내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이 17%로 소폭 증가하며 애플을 제치고 2위를 탈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MC부문의 적자 축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LG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이 감소하지 않아야 한다”며 “LG전자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 역시 “MC 관련 비용이 통제되고 있으나 매출액, 출하량 반등 가능성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권 사장은 3분기 LG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행렬에 동참하면서 실적 개선을 향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8월28일 LG전자 주식 6180주를 장내 매수했는데 올해 들어 자사주를 사들인 임원 중 단연 가장 많은 규모다. 3분기에만 모두 9번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한 송대현 H&A사업본부장 사장(1400주)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많다.

그만큼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를 짊어지고 있는 권 사장의 각오와 다짐이 남다른 것으로 읽힌다.

권 사장은 HE사업본부장을 맡아 TV사업을 이끌며 2018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는데 2018년 연말인사에서 MC사업본부장을 함께 맡게 됐다. 스마트폰사업은 4년 동안 적자를 내고 있는데 권 사장이 구원투수로 권 사장이 투입된 만큼 TV사업 성과를 스마트폰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부담이 적지 않았다.

권 사장은 MC사업본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에서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 하이퐁캠퍼스로 생산물량을 돌렸다. 중저가 스마트폰을 주로 생산하던 베트남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까지 생산하게 돼 연간 1100만 대까지 생산량이 늘어났다.

국내 스마트폰 생산 중단이라는 강수는 곧바로 실적 반등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으나 적자폭을 크게 축소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까지 MC사업본부는 매출 3조1237억 원, 영업손실 5165억 원을 내면서 2018년보다 실적이 악화했다. 매출은 25.3%가 줄었고 적자규모는 2천억 원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