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지만 견제장치가 없다는 점은 단점이다.
 
[오늘Who] 현대카드 '문화마케팅' 재가동, 정태영 오너경영 힘 과시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


특히 임기 안에 큰 손실을 보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는 전문경영인과 달리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주저하지 않고 새 사업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이사 부회장은 오너경영의 장점을 가장 뚜렷하게 살리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카드업계가 카드수수료 인하와 경쟁 심화 등으로 앓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의 현대카드의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이 정체성은 업황이 악화될수록 현대카드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26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10월 열리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현대카드가 제작한 단편영화가 상영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 프리미엄 카드의 각 색이 지향하는 가치를 담은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해 상영한다”며 “현대카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혀 노출하지 않고 가치나 지향점을 영화로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영화 제목은 ‘내 꿈은 컬러꿈’이다. 현대카드 프리미엄 카드인 더 블랙, 더 퍼플, 더 레드, 더 그린의 4가지 색을 모티브로 네 편의 단편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됐다.

카드사가 영화를 만든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최근 카드사들을 둘러싼 영업환경을 살펴보면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최근 몇 년 사이 카드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와 간편결제시장 확대 등으로 카드사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탓이다. 카드사들은 저마다 지금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정의내리고 돌파구를 찾는데 부심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지난해 말 페이스북에 “카드수수료 때문에 하얀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현대카드 역시 카드사들에게 불어닥친 찬바람을 피하지는 못했다. 현대카드의 임직원 수는 6월 말 기준 1995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2428명보다 473명이나 줄었다.

정 부회장은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등으로 한 차례 전열을 가다듬은 뒤 가장 잘 하는 ‘마케팅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정 부회장에게 브랜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늘Who] 현대카드 '문화마케팅' 재가동, 정태영 오너경영 힘 과시

▲ 현대카드 다빈치모텔 광고에 등장하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현대카드는 슈퍼콘서트, 컬처 프로젝트에 이은 새로운 문화프로젝트 ‘다빈치모텔’도 선보인다. 10월 말 이틀에 걸쳐 서울 이태원에 있는 현대카드 스페이스에서 공연과 토크쇼 등으로 구성된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을 연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한 차례 개최돼 현대카드의 대표 문화마케팅 콘텐츠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오랜 만에 선보이는 문화프로젝트인 만큼 정 부회장도 기대와 함께 설렘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직접 광고에도 출연한다. 광고에 정 부회장의 얼굴과 목소리가 등장한다. 광고 마지막의 “네, 다빈치모텔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정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의 이런 문화마케팅 실험이 현대카드 매출에 얼마만큼 실질적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현대카드의 문화마케팅은 현대카드 실적이 조금만 부진해도 바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 ‘아직 살 만하다’ 혹은 ‘한가하다’는 비아냥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탓이다. 특히 다른 카드사들이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벼랑에 내몰리면서 현대카드를 보는 다른 카드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다만 다른 카드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사이 ‘현대카드는 다르다’는 인식만큼은 확실하게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너경영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정 부회장, 그리고 현대카드가 지닌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