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병천 한전소액주주대표 “김종갑, 주주들에게 신뢰보여야”

▲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왼쪽 두 번째)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무소속 이언주 의원(왼쪽 네 번째)과 함께 '한전소액주주 소송'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 이사회는 6월21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논의하면서 이사회의 행위가 배임에 해당되는지를 걱정했다.

일주일 뒤인 28일 누진제 개편안은 의결됐지만 한전 소액주주들이 이사들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하면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8일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국전력 이사들은 일반 사기업 이사들과 달리 한국전력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경영과 이익 추구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대통령,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눈치만 보고 전기요금 인상 등 한국전력 이익에 필요한 일은 하지 않고 있어 주주들이 배임책임을 묻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소송에 참여하게 된 소액주주들의 의견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 어떤 점에서 한국전력 이사들이 배임을 했다고 보는 것인가.

"국민들은 한국전력의 탄탄한 사업구조를 믿고 주식을 샀는데 한국전력이 정부 입김에 따라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불필요한 정책사업 지출 등 부담을 안아 소액주주들에게 손실을 주고 있다.

원가 이하로 받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려면 현행법상 한국전력 이사회가 먼저 총괄원가에 따라 적정한 전기요금안을 내놔야 하는데 이사회가 그러한 본연의 임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바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본다."

- 한국전력 이사회가 전기요금안을 내놓으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받아들이겠는가. 

“한국전력 이사회가 총괄원가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안을 결정하면 산업부는 현행법상 인가를 해줄 수밖에 없는데 이사회가 정부 눈치를 보며 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산업부가 지나치게 큰 전기요금 인상폭을 줄일 수는 있지만 원가 이하로 받는 전기요금을 원가에 맞춰 받겠다는 데 산업부가 막을 수는 없는 구조다.”

장 대표는 한국가스공사도 1년에 1회 총괄원가에 따라 산업부에서 가스요금 정산을 받는데 한국전력은 왜 법으로 허용된 총괄원가에 따른 전기요금 조정을 할 수 없냐며 반문했다.

액화천연가스(LNG), 환율 등 발전 원가가 달라지면 전기를 사 오는 가격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한국전력도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전력 이사회는 내릴 땐 빠르게 내리면서 올려야 할 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적자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때 800억 원을 기부한 것도 이사회가 정부 입김에 따라 경영상 행위를 한 사례로 들었다. 한국전력은 홍보가 필요 없는 회사인 데다 적자를 보고 있었는데도 나라 행사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금액을 내놨다는 것이다.

"한국전력 이사들이 평창올림픽에 800억 원 기부 의결을 한 것도 배임에 해당한다. 5월 대법원이 강원랜드 이사들에게 회사에 불리하게 150억 원 기부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는데 한국전력 이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평창올림픽 기부금액부터 전기요금 할인에 따른 3천억 원 손실, 한전공대 사업 자금까지 모두 더하면 한국전력 이사들이 배상해야 할 금액은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본다." 

- 앞으로 소액주주들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한국전력 이사회가 11월30일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한 만큼 이번에는 전기요금 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

소액주주들이 적극적으로 배임책임을 묻기 시작한 만큼 2020년 4월 총선이 끝나면 2020년 상반기 안으로 김종갑 사장을 포함해 이사들이 전기요금 인상에 목소리를 더 높일 것이다.

2011년에도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은 민간출신 김쌍수 한국전력 전 사장에게 전기요금 현실화를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소송을 진행했고 김 전 사장은 자진 사퇴했다. 김종갑 사장도 그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2020년 상반기 안으로 적극적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 

- 정부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이낙연 국무총리가 누진제 완화 등을 통해 전기요금을 인하하면서 한국전력 손실에는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말뿐이고 아직 구체적으로 문서화하거나 추진되고 있는 일은 없다. 2019년뿐만 아니라 2018년 적자까지 정부가 어떻게 한국전력 손실을 보전할 것인지 방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모두 한국전력 운영 이익을 국민과 나누겠다는 정부의 얘기를 믿고 한국전력 주식을 샀다. 한국전력은 적자를 볼 위험도 작고 부도가 날 이유도 없어서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지금 한국전력은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등으로 보지 않아도 될 적자를 보고 있다.”

한국전력은 1989년 8월 국민주 2호로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당시 한국전력 주식을 확보하려면 세대주에 해당해야 하고 공모주 청약예금에 가입해야 하는 등 조건을 갖춰야 했다.

장 대표는 대구에 사는 71세의 소액주주를 피해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한국전력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안정적일 것으로 판단해 퇴직금 15억 원을 투자했지만 현재 주식 가치는 7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장 대표는 “한국전력 소액주주 운동을 수년 동안 해 왔다”며 “한국에서는 소액주주 운동이 일반화돼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대주주인 국가에게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봤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전력 소액주주 모임인 한전소액주주행동과 시민단체 행동하는자유시민은 4일 한국전력 적자에 책임을 묻기 위해 김종갑 사장을 포함한 한국전력 이사들, 권기보 한국전력 영업본부장 등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이낙연 국무총리, 성윤모 산업부 장관,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도 강요죄 등으로 고발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