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나온 롯데, 신동빈 끌고 황각규 밀며 글로벌 영토확장 분주

▲ 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 석유화학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29일 인도 마드라스 인도공과대학 리서치파크를 찾은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해외 사업장을 찾으며 롯데그룹의 글로벌 현장경영에 속도가 붙었다. 

롯데그룹은 국내 유통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세계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왔다. 올해는 이런 기조를 강화해 중국사업의 쓴맛을 털고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올해 경영의 핵심 키워드를 ‘글로벌’로 잡았다.

실제 신 회장과 황 부회장은 최근 들어 부쩍 해외출장이 잦다. 한 달 사이에만 미국과 파키스탄, 인도를 잇달아 방문했다.

신 회장은 국내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30분 동안 면담을 해 화제가 됐다.

황 부회장 역시 8~12일 파키스탄 카라치와 라호르의 현지사업장을 둘러본 데 이어 보름 만인 26일부터 다시 3박6일 일정으로 인도 첸나이, 아마다바드 등 현지사업장을 차례로 살피고 있다.  

인도는 롯데그룹이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곳이다. 신 회장은 2015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 투자방안을 논의하는 등 협력관계를 닦아왔다. 모디 총리는 2월 한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롯데월드타워의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야경을 관람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22일에도 방한한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에게 롯데월드타워를 직접 소개하고 롯데그룹이 보유한 기술을 설명했다.

아스트리드 벨기에 공주, 케르스티 칼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이 그동안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찾았다.

롯데월드타워가 신 회장과 글로벌 리더들을 연결하는 무대가 되면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신 회장은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해외사업 확대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2009년에도 롯데그룹은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2018년까지 해외사업 매출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중국사업이 빛을 보지 못하면서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동남아 등의 신흥국과 선진시장을 동시에 공략해 '탈중국'을 가속화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중국이 롯데그룹의 국가별 매출 비중에서 1위였지만 지난해는 말레이시아(30.3%)와 인도네시아(13.5%), 미국(9%)에 밀려나 4위에 그쳤다.

롯데그룹의 최근 해외사업은 특히 동남아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집중돼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출소한 이후 두 달 만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연이어 방문했다.

계열사들의 해외사업 현황을 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유화계열사, 베트남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16개 기업이 진출했다.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역시 2022년까지 매출 4조 원 가운데 절반을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롯데제과는 '과자로 동서양을 잇겠다'는 목표로 동남아사업을 키우고 있다. 1월 말에는 미얀마 제과회사 '메이슨' 인수식을 열면서 롯데제과 해외법인이 모두 10개로 늘어났다.

롯데마트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베트남에 나간 기업이다. 2008년 호치민에 ‘남사이공점’을 오픈한 이후 현재 베트남에서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순매출만 3430억 원을 거뒀다. 2020년까지 지점 숫자를 9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신 회장은 공격적이고 적극적 경영 스타일로 잘 알려졌는데 계열사들의 해외사업에서도 이런 성격이 두드러진다. 황각규 부회장 역시 롯데그룹의 '2인자'로서 신 회장의 바쁜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을 세계무대로 올리겠다며 ‘신북방·남방정책’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고 아시아 10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현재 롯데그룹은 32개 나라에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는 글로벌 진출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며 "신 회장은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일한 경력 등이 있어 글로벌 경영감각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중국과 베트남,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에 250여 개의 법인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롯데그룹 전체 매출은 84조 원인데 이 가운데 10.6%인 8조9천억 원이 해외에서 거둔 매출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7.2% 높아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