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장 선거에 후보가 10명이나 몰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과거와 달리 특정 인물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가 사라지면서 여신금융협회장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카드업황은 최악인데 여신금융협회장 선거는 왜 북적댈까

▲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마감된 제12대 여신금융협회장 공모에 역대 가장 많은 10명의 후보가 서류를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마감된 제12대 여신금융협회장 공모에 역대 가장 많은 10명의 후보가 서류를 접수했다.

출신도 다양하다.

김교식 전 여성가족부 차관, 최규연 전 저축은행중앙회장, 김주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이기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관료’ 출신이다.

민간에서는 정수진 전 하나카드 사장, 정해붕 전 하나카드 사장, 고태순 전 NH농협캐피탈 사장, 이상진 전 IBK캐피탈 사장 등이 지원했다.

임유 전 여신금융협회 상무도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명식 상명대 교수도 합류했다. 민관과 관료 출신을 넘어 학계 출신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여신금융협회장 선거에 많은 인원이 몰린 이유는 관료 출신이 내정돼 내려오던 관행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별히 낙점됐거나 유력하다고 알려진 인물이 없어 지원자가 많이 몰렸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1월 이뤄진 저축은행중앙회장 선거에도 역대 가장 많은 7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당시 후보 등록을 앞두고 정부가 낙점한 인사가 있는지를 놓고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졌지만 금융권 안팎에서 낙점 인사가 없다는 사실이 유력해지면서 후보자가 몰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정 인물이 유력하게 거명되지 않는 이유로는 예전과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가 꼽힌다. 예전까지는 여신금융협회를 비롯해 금융기관 협회장 자리는 기획재정부나 옛 금융감독위원회 출신의 경제관료 출신이 거의 차지했다.

그러나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면서 대부분 금융기관 협회장 자리가 민간 출신으로 채워졌다.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김덕수 회장 역시 KB국민카드 출신이다. 김 회장은 KB국민은행 본부장과 KB국민카드 부사장,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연봉 등 현실적 부분도 무시하기 어렵다. 여신금융협회장의 임기는 3년이고 연봉은 4억 원가량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나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등 업계 상위 카드회사와 비교하면 크게 낮지만 실적 부담이 적고 업무강도가 낮다는 점에서는 적지 않은 연봉이다.

지난해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이문환 BC카드 사장,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등은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직원 명단에 아예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카드업계가 처한 현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올해 초 이뤄진 카드수수료 인하 여파로 앞으로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1분기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맨 일부 대형 카드회사를 제외하고 수익성이 대폭 뒷걸음질했다.

카드회사가 수수료 인하에 속앓이를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카드수수료가 내리막을 걷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지만 여신금융협회는 한 번도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카드수수료 인하를 막기는커녕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 적조차 없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이번에는 내가 한 번 제대로 해보겠다”는 인물이 많이 나왔다는 긍정적 해석도 나오지만 반대로 회장 입장에서 그만큼 부담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누가 해도 마찬가지이니 내가 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유야 어찌됐든 업황이 최악인데 협회장을 하겠다는 사람은 넘치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며 “민간 출신이든 관료 출신이든 학계 출신이든 업계의 고민을 하나라도 풀 수 있는 인물이 올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는 30일 1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3명 이내의 압축 후보군를 선정하기로 했다.

그 뒤 6월 초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열어 압축 후보군의 면접을 진행하고 최종 후보를 투표로 결정한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카드사 7명, 캐피탈사 7명 등 이사회 이사 14명과 감사 1명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