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파키스탄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점찍고 식음료사업과 화학사업에서 투자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유통사업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몰린 만큼 동남아에 이어 파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성공이 중요해졌다.
 
신동빈, 동남아 이어 파키스탄에서 롯데 글로벌사업 기회 잡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신 회장체제가 본격화한 이후 글로벌에서 사업영역 확대에 공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파키스탄에 관심이 높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8일부터 5일 동안 파키스탄 카리치와 라호르를 방문해 현지 식품회사인 롯데 콜손과 음료회사인 롯데 악타르음료, LCPL(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등 현지사업장을 직접 둘러봤다.

지난해 7월에는 파키스탄 총선을 앞두고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도 롯데그룹 인사담당 임원이 롯데 콜손의 새로운 CEO를 채용하기 위해 현지를 찾기도 했다.

이는 신 회장의 뜻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인구가 많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파키스탄에 일찌감치 주목해왔다.

파키스탄 인구는 현재 2억 명으로 세계 6위 수준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2억6600만명)와 크게 차이가 없다. 2030년이면 3억5천만 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14세 미만 인구가 30%를 차지해 식음료사업을 키우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물론 국가상황을 보면 시설이 낙후하고 위험요소가 많지만 그만큼 폭발적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2009년 LCPL(롯데케미칼 파키스탄)을 인수해 파키스탄에 첫 발을 내디딘 이후 2011년 제과회사인 콜손, 지난해 음료회사인 악타르음료를 인수했다. 2018년 기준으로 파키스탄의 9개 사업장에서 7천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특히 롯데 콜손은 7년여 간 매출이 2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초대 대표이사인 압둘 라티프가 임원 승진을 두 번이나 거쳐 롯데그룹의 외국인 임원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직급인 상무에 올랐다. 라티프 상무는 2014년 롯데제과 창립 이래 발탁된 최초의 외국인 임원으로 현재 악타르음료 법인장을 맡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에 신 회장이 9일 미국 롯데케미칼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기간에 황 부회장이 따로 파키스탄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파키스탄시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라며 “파키스탄에서 계속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화학사업에서도 파키스탄에 추가로 투자할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신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3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파키스탄 국경일'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파키스탄 대사관 주최로 열렸는데 국내 대기업의 주요 경영자 가운데서는 임 대표가 유일하게 참석했다. 임 대표는 2009년 당시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의 인수합병을 이끌기도 했다.

파키스탄 등 새 시장 개척은 신 회장이 '글로벌 경영'에서 중국사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평가된다.

롯데그룹은 예전만 해도 국내사업 비중이 높아 ‘내수기업’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신 회장이 경영을 주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신 회장은 롯데그룹을 세계무대로 올리겠다는 목표와 함께 ‘신북방·남방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까지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고 아시아 10대 기업으로 도약해 동남아와 러시아 시장을 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조 원을 쏟아부은 중국사업이 '시계제로'에 빠지면서 롯데그룹은 동남아와 중앙아시아를 대안으로 주목해왔다.

롯데그룹은 우선 롯데제과를 앞세워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시아 문을 먼저 두드렸다. 현재 두 지역에서 제과사업 등을 통해 3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두고 있는데 다음 요충지로 파키스탄을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며 "신흥국시장에서 전략을 재검토 하고 선진국에서 사업 확대를 위한 구체적 전략 수립 등 새로운 영역에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