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자기자본 4조 원대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겠다고 자신한다.

다만 신한금융지주는 그동안 인수합병으로 자본여력이 충분하지는 않은 만큼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 만들기 작업과 신한금융투자의 자본 확충 가운데 저울질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자본확충에 지주회사 지원 얻어낼까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31일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김 사장은 신한금융투자를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만들어 투자금융업계 1위로 만들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김 사장은 “5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는 금융 중계회사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이 커져 초대형 증권사로 갈 필요가 있다”며 “지주쪽에서도 자기자본을 4조 원으로 확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 자본 확충시기를 놓고선 지주의 결정에 따라야하는 것이라면서도 올해 안에 자기자본이 확충되기를 기대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조3167억 원으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4조 원대 초대형 증권사의 뒤를 이어 증권업계 6위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가 4조 원대 초대형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7천억 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김 사장이 자신감을 보인 이유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자본시장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새로 신한금융투자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김 사장에게 취임선물을 통 크게 내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그룹 매트릭스조직과 협업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전통적 강자들인 4조 원대 대형 증권사와 비교해선 여전히 뚜렷한 강점을 선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2017년부터 다른 증권사들이 덩치를 불릴 때 신한금융투자는 그룹 계열사 사이 협업체제를 꾸려 이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했지만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하기에는 규모의 아쉬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가 그룹 매트릭스조직을 바탕으로 주력 계열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상황에서 4조 원대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다룰 수 있는 발행어음업이 더해지면 더욱 큰 시너지를 거둘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은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자본시장 성장판 역할을 할 것을 기대받고 있다”며 “그룹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금융지주의 도움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신한금융지주가 당장 자본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신한금융지주가 2월에 7500억 원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며 신한금융투자 자본 확충을 지원한 자금을 마련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일단 이 자금은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로 흡수하거나 다른 인수합병에 사용할 자금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을 인수할 때 필요한 우량 자본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일관되고 유연한 자본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이중 레버리지비율은 129%대로 금융당국의 제한 권고(130%)까지 높아졌다. 이중 레버리지비율이란 자회사에 출자한 자금 등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인데 높을수록 자회사로 나간 돈이 많아 추가 인수합병을 통한 외형 확대 및 계열사 증자여력이 낮다는 것을 뜻한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자회사 출자금 규모가 불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의 완전자회사 만들기 작업을 뒤로 미룬다면 신한금융투자에 자금을 지원해줄 여력은 남아있다.

하지만 자기자본 규모를 4조 원대로 불린 초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인가 및 사업 진행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지주로선 생명보험업과 금융투자업 가운데 어느 쪽에 먼저 힘을 실어줄지 신중하게 저울질을 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