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윤종규 김정태, 범금융 신년회에서 철벽방어로 말을 아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왼쪽)이 3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이순우 상호저축은행중앙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벽 방어.

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는 이렇게 정리된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 답을 아꼈다.

민감한 사안인 데다 국내 금융권 각계각층에서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개별기업의 현안을 놓고 얘기할 만한 자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게 가장 많은 관심이 쏠렸다. 신한금융그룹이 최근 계열사 대표 인사로 내홍을 겪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주요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먼저 행사장에 나타났다. 

조 회장을 둘러싼 수십여 명의 취재진들이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 둘 사이의 오해는 풀렸느냐,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에게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느냐 등 위성호 행장과 진옥동 행장 내정자와 관련해 질문했지만 조 회장은 “다음에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신한생명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노조가 반대하는 점을 놓고는 “이미 끝난 일” 이라고 일축했다.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조 회장에게도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신년회인 만큼 덕담을 하겠다”며 “올 한해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한 뒤 행사장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조 회장을 둘러싼 신한금융지주 직원들도 “오늘은 (인사와 관련한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위성호 행장은 이날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에게도 KB국민은행 파업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KB국민은행은 8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실제 파업하면 2000년 이후 19년 만이다. 다만 KB국민은행 노조가 대화할 뜻을 열어두고 있어 아직까지 타협의 여지는 남아있다.

허 행장이 행사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자 역시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 파업에 어떻게 대처할 계획이냐는 질문부터 해외 진출 계획, 올해 KB국민은행의 과제 등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나 허 행장의 입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이 신년 인사라도 건넨 점과 대조적이다.

허 행장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빠르게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신년 인사를 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행사장 입구에 나타났다. 윤 회장에게도 파업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지만 역시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윤 회장이 전날 신년사를 통해 인수합병 계획을 밝힌 만큼 인수합병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느냐, 관심 있게 지켜보는 매물이 있느냐, 어떤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생각하고 있느냐 등의 질문에 윤 회장은 다음에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윤 회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띈 채 여러 차례 기자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올해도 잘 부탁한다”, “열심히 하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지주사 출범을 앞두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에게도 인수합병과 관련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손 회장은 “안정적으로 지주사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인수합병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인수합병 계획은 다음에 밝히겠다고 했다.

손 회장은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를 놓고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손 회장 역시 미소를 띈 채 많은 기자들에게 덕담을 건넸다. 마스크를 한 기자를 보고는 감기에 걸렸냐고 묻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함 행장은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올해의 과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리스크”라며 한 마디를 남겼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