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닭 쫓던 개' 안 된다, 방시혁 SM엔터 인수전 직접 발로 뛰어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지지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카카오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반격에 나서자 2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임에도 안심할 수 없게 된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10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방시혁 의장은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 의결권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지지를 부탁했다.

방 의장이 만난 기관들은 KB자산운용(5.12%)과 컴투스(4.2%)를 비롯한 몇몇 자산운용사들로 지난해 말 기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보유한 권리주주다.

방 의장은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 자문사는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찬성 혹은 반대 의견을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도 감사 선임 안건을 두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제안에 대한 찬성을 권고했는데 기관투자자들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 의장의 이런 적극적 행보는 당장 3월 말 열리는 SM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서 하이브가 보유한 지분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가 확실하게 보유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의결권 지분은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의 18.46%뿐이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갤럭시아에스엠으로부터 0.98%를 인수했지만 3월 주주총회의 의결권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이브는 별도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일반주주들에게도 의결권 위임을 독려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하이브가 갤럭시아에스엠에도 의결권 위임을 권유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방 의장은 지난달 10일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계획을 밝히면서 이수만 창업자와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로는 한동안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

방 의장이 다시 공개 발언에 나선 것은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나고 난 뒤인 이달 3일 CNN과 인터뷰를 통해서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에 대한 비판과 주주들을 향한 구애를 동시에 했다.

방 의장은 인터뷰에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적대적 거래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내용의 질문에 "대주주나 과점주주의 의사에 반해 회사 지분을 매집하는 게 적대적 M&A다"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본인 동의에 따라 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만큼 이것을 적대적 M&A로 규정하는 것은 선전적 용어다"고 주장했다.

방 의장은 "오히려 반대로 매니지먼트팀이 대주주 없이 분산 점유된 회사를 본인들 마음대로 운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SM과 같이 훌륭한 회사가 좋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에 굉장히 오랫동안 슬퍼했던 사람으로 이번 인수를 통해 지배구조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다"며 "(하이브는) 원래 예술가들의 자율성을 건드리지 않고 경영 절차 및 과정이 좋은 회사가 되기 위해 도와주는 것으로 잘 알려진 회사다"고 강조했다.

방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발표 3주 만에 이뤄진 공개발언을 통해서 소액주주들에게 주주총회에서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주주이지만 5% 미만을 보유한 소액주주가 70%에 달해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카카오 역시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에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에 뛰어들며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과 함께 이번 주주총회에서 승리한다면 하이브는 20%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임에도 '닭 쫓던 개'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방 의장이 20% 가까운 의결권을 보유한 기관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면 하이브가 추천한 이사들의 선임 안건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이브와 카카오가 서로 SM엔터테인먼트에 더 적합한 사업 파트너라고 강조하고 있어 지난해처럼 기관투자자들이 일제히 어느 한 곳의 편을 드는 그림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