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은 미국 현지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식을 통해 미국 정부의 높은 관세장벽 탓에 영향력이 흔들리고 있는 중국산 라이신의 빈자리를 공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 김찬호 CJ제일제당 전략지원부문 대표 겸 핵심소재사업부문 대표(사진)가 미국 곡물기업 ADM과 손잡고 미국 라이신 시장에서 중국산 아미노산의 빈자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체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 CJ제일제당 > |
중국산 저가 라이신에 대한 관세 효과가 사라지더라도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김 대표의 중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CJ제일제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CJ제일제당이 ADM과 사료용 아미노산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은 중국산 저가 공세로 흔들린 미국 라이신 공급망을 다시 짜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은 2일 ADM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출자계약을 맺었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CJ제일제당 미국 법인 CJ바이오아메리카가 63%, ADM이 37%를 보유한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아이오와주 포트닷지 설비와 브라질 피라시카바 설비를, ADM은 미국 일리노이주 디케이터 사료용 아미노산 설비를 출자한다. CJ제일제당의 미국, 멕시코, 브라질 판매망도 합작법인에 포함된다.
CJ제일제당은 합작 이유로 글로벌 사료용 아미노산 경쟁력 강화와 원재료의 안정적 조달을 들었다. 하지만 ADM 쪽 설명을 보면 이번 합작은 중국산 라이신 저가 공세로 위축된 미국 내 생산 기반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크리스 러트 ADM 혁신·성장 담당 부사장은 합작 발표에서 "어려운 글로벌 시장 환경으로 미국 내 사료용 아미노산, 특히 라이신의 지속 생산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고객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작은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미국 내 공급원을 만드는 조치"라며 "미국 상무부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중국산 라이신 수입과 관련한 불공정무역 관행을 없애기 위한 결정을 내린 점이 이번 합작이 올바른 조치라는 확신을 줬다"고 덧붙였다.
CJ제일제당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던 미국 내 라이신 생산 위기와 중국산 관세 효과의 연결고리를 합작 상대방인 ADM이 공식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라이신은 돼지와 닭 같은 가축이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이다. 옥수수나 대두 사료에 섞어 먹이면 가축이 필요한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사료용 라이신은 범용 소재 성격이 강하다. 품질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가격과 공급 안정성, 납기 대응력, 원료 조달 능력이 구매 결정에 크게 작용한다.
중국산 라이신은 이런 시장 특성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 왔다.
미국 상무부가 공개한 통계 기준 중국산 라이신 수입량은 2022년 2907만 ㎏에서 2024년 7793만 ㎏으로 2.7배 늘었다. 구체적 수치가 비공개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최종보고서에서도 중국산 수입이 2025년까지 증가세를 이어간 흐름은 확인됐다.
미국 정부는 올해 들어 중국산 라이신에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웠다.
미국 상무부는 7월21일 중국산 라이신의 덤핑률을 73.55~139.83%로 확정했다. 덤핑률은 수출업체가 제품을 정상가격보다 얼마나 낮은 가격에 팔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덤핑률이 100%라면 해당 제품은 정상가격의 절반에 팔리고 있다고 보는 셈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도 중국산 라이신 수입으로 미국 산업이 실질적 피해를 봤다고 최종 판정했다. 이에 따라 9월16일부터 중국산 라이신에 반덤핑관세가 부과됐다.
중국산 라이신에 높은 관세가 붙으면 미국 안에서 생산 설비를 갖춘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은 커질 수 있다. CJ제일제당도 미국 포트닷지에 생산설비를 보유한 만큼 중국산 라이신의 빈자리를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다만 중국산 라이신이 주춤한다고 해서 CJ제일제당이 그 물량을 단독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이신은 옥수수 등 곡물에서 얻은 당을 미생물에 먹여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원료를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 대목에서 ADM과의 합작 의미가 커진다.
| ▲ CJ제일제당은 2일 ADM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출자계약을 맺었다. 합작법인은 CJ제일제당 미국 법인 CJ바이오아메리카가 63%, ADM이 37%를 보유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CJ제일제당 본사의 모습. < CJ제일제당 > |
CJ제일제당은 발효 기술과 사료용 아미노산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ADM은 미국 곡물 원료 조달과 제조 기반에서 강점을 지닌다. CJ제일제당이 중국산 라이신의 빈자리를 노린다면 단순히 공장만 갖고 있는 것보다 원료 조달과 생산, 고객 대응을 함께 묶는 공급망이 필요하다.
CJ제일제당으로서는 이번 합작이 지난해부터 예고해 온 미국 바이오사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실행에 옮기는 의미도 있다.
CJ제일제당은 2025년 4월 바이오사업 매각을 접은 뒤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관세 정책 대응 차원의 포트닷지 공장 역할 강화, 고수익 스페셜티 중심 개편 등을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 가운데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ADM 합작으로 구체화됐다. 포트닷지 공장 역할 강화도 포트닷지 설비가 ADM의 디케이터 설비와 한 법인 안에서 운영되는 단계로 넘어가며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김찬호 대표는 전사 차원의 중요한 전략이 실행되는 국면에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료용 아미노산은 7월1일 조직개편을 통해 설탕·밀가루·식용유 등과 함께 핵심소재사업부문에 편입됐다. 김 대표가 핵심소재사업부문 대표로 취임하기 전부터 CJ제일제당이 추진해 온 전략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미국 라이신 시장에서 중국산 라이신이 빠진 빈자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라이신에 적용된 관세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는 일반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재검토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관세 장벽이 유지되는 동안 원가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합작법인의 실적 개선은 정책 효과에 기대는 수준에 머물 수 있다.
김 대표는 1993년 CJ에 입사해 2020년 12월 CJ푸드빌 대표에 올랐다. 2025년 10월 퇴임한 뒤 올해 4월 CJ제일제당 전략지원부문 대표로 복귀했고 7월부터는 핵심소재사업부문 대표도 함께 맡고 있다. 전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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