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방산 시장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무기 체계의 무인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용 배터리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는 안전성과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낼 수 있는 에너지밀도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기술력 우위를 자랑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에 기회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 ▲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셀 3사가 기술력 중심의 사업전략으로 방산용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해 나갈지 주목된다. <각 사> |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셀 3사는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부터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으로 방산용 배터리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간다.
5일 배터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방산용 배터리 시장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더불어 핵심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방산용 배터리 시장은 2025년 약 3조7200억 원(25억4700만 달러)을 기록했다. 해당 시장은 2030년 4조8700억 원(33억3700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인화 속도에 따라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산용 배터리는 무인 잠수정부터 무인 차량, 무인 항공기까지 두루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넓은 작전 반경과 운용 속도를 위해서는 안전성은 물론이고 고성능도 갖춰야 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저가 중국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방산 배터리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온은 최근 미국 방산업체와 인공지능(AI) 무인 잠수정용 배터리 공급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시에 유럽 방산기업과 수직이착륙(e-VTOL) 기체와 헬리콥터, 화물기 등에 탑재할 배터리 공급 논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앞서 현대로템의 차세대 다목적 무인차량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실전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SK온이 공급하고 있는 제품은 삼원계 하이니켈 배터리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이니켈 배터리의 경우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1.5배 가량 높다. 통상적으로 하이니켈 배터리는 kg당 240킬로와트(kW), LFP 배터리는 kg당 160kW 수준의 에너지밀도를 보유하고 있다.
| ▲ SK온 배터리 탑재가 예정된 현대로템 HR-셰르파 조감도. <현대로템> |
삼성SDI도 지난해 4월 한화오션과 해군이 계약한 3천 톤급 잠수함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하이니켈 배터리를 앞세워 방산 업계로 발을 넓히고 있다.
다만 방산용 배터리 수요는 향후 하이니켈 배터리에서 전고체 배터리 중심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화재 안전성과 월등한 성능을 보유한 전고체 배터리가 방산용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국산 전고체 배터리가 중국산 제품에 비해 안전성과 성능 모두 우수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SK온도 향후 방산용 배터리 사업전략을 전고체 배터리 위주로 재편할 것으로 추정된다. SK온은 2029년부터 리터(l)당 800kW를 구현한 제품을 선보인다.
삼성SDI는 이보다 한발 빠른 2027년 하반기 중 900kW/l 수준의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
현재 중국이 출시 혹은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는 400kW~600kW/l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동시에 리튬황 배터리를 통해 방산용 배터리 시장에 도전한다.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리튬황 배터리는 600kW/l 에 달하는 에너지밀도를 구현한 제품이다. 현재는 500kW/l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며,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으로 설정했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높은 출력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을 크게 낮춘 것이 최대 장점이다. 리튬황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30~50%가량 저렴하다고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무기체계 특성상 까다로운 평가와 검증이 동반되는 만큼 상용화 시점은 2028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와 유럽지역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방산 무기 체계에 중국산을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부 방산 업체가 안전성을 이유로 LFP배터리 탑재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삼원계 하이니켈 배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의 가장 큰 과제는 가격과 기술적 문제인데, 방산용 배터리는 가격 민감도가 낮아 한 가지 문제는 해결한 셈”이라며 “현재 세계적으로 방산 업계는 전고체 배터리 공급처를 찾기 위해 분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