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거래소(KRX)가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넥스트레이드(NXT) 출범 이후 수익성 악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선 내부 불만을 다독이고,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해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한시적 수수료 인하를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정가 주문에서 0.00134%, 시장가격 주문에서는 0.00182% 수준의 차등 요율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거래소 수수료율은 0.0023% 단일 요율제다.
이번 인하안은 11월14일 열릴 한국거래소 이사회를 거쳐, 12월15일부터 내년 2월13일까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최대 3개월 간 수수료 조정·면제를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추후 시장효율화위원회의 승인 여부에 따라 수수료 인하가 연장될 가능성도 남은 셈이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수수료인하 결정을 내린 배경으로는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급성장이 꼽힌다.
수수료율을 낮춰서라도 넥스트레이드에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의 이번 수수료 인하안은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정책과 완전히 동일하다.
올해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낮은 수수료율과 긴 거래시간을 앞세워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지난달부터는 대체거래소 거래량 제한인 ‘15%룰’ 준수를 위해 자체적 거래종목 축소도 시행하고 있다.
거래대금 기준으로는 한국거래소의 절반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정 이사장이 ‘탈독점’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우선 한국거래소 직원들의 내부 불만을 잠재워야하는 과제가 시급하다.
▲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 걸린 근조 현수막.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거래소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는 지난 7월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 근조 현수막을 걸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노조 측은 “ATS(대체거래소)에 점유율을 넘겨주고 거래소 주식시장은 한국 대표시장으로서 운명을 다했다”며 “비용보전도 안되는 ATS의 무임승차에 거래소의 시장관리 기능도 운명했다”고 주장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시장관리 기능을 위탁하고 있지만, 가져가는 점유율·수익성에 비해 지불 금액이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거래시간 12시간 연장 방안도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정 이사장으로선 빼앗긴 거래량을 되찾기 위해 넥스트레이드처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를 지원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나, 근무시간이 늘어나게 돼 직원들의 불만 역시 큰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현수막에서 “협의 없는 독단적 거래시간 연장”이라며 “증권업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운명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정 이사장은 새로운 수익 구조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인덱스사업부를 중심으로 지수 라인업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거래소와의 차별화를 위한 노력이다.
아울러 토큰증권(STO) 등 새로운 사업 영역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콤과 협력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구축을 목표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활성화라는 공익적 측면에서, 공적 기능을 갖춘 플랫폼이 초기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