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9-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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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외국인투자자가 오너의 사법 리스크에도 카카오 주식을 향한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도 오픈AI와 협업 기대감이 큰 만큼 지금의 주가 조정이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카카오 주가 회복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 외국인투자자들이 오너 리스크에도 카카오 지분을 꾸준히 모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8월2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7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최근 한 달(8월4일~9월5일) 동안 한국거래소에서 카카오 주식을 5077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카카오는 SK하이닉스(6246억 원)에 이어 외국인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다.
카카오는 4일까지만 해도 외국인투자자 순매수 1위를 지켰으나 5일 외국인투자자가 SK하이닉스 주식을 대거 순매수해 아쉽게 1위를 내줬다. 외국인투자자는 5일 하루에 SK하이닉스 주식을 2800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카카오 주식을 꾸준히 담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자는 8월4일부터 9월5일까지 24거래일 동안 8월5일과 8월21일, 9월2일, 9월4일 등 4일을 뺀 나머지 20거래일 카카오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의 외국인지분율은 4일 기준 29.57%까지 올라왔다. 카카오 외국인지분율은 2022년 1월 이후 30%를 넘긴 적이 없는데 약 4년8개월 만에 30% 회복을 눈앞에 둔 것이다.
다만 카카오 주가는 외국인투자자의 순매수에도 8월 말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 기준 카카오 주가는 직전 거래일과 같은 5만8500원에 장을 마쳤다. 8월26일 0.46% 상승을 마지막으로 5일까지 8거래일 동안 한 번도 상승 마감하지 못했다.
8월26일 6만5천 원에 장을 마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주 사이 주가가 10% 가량 빠진 것이다. 이 기간(8월27일~9월5일) 외국인투자자는 카카오 주식을 200억 원 넘게 순매수했다.
카카오의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의 사법 리스크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위원장에게 8월29일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후 장이 열린 9월1일 카카오 주가는 2.08% 빠졌다. 다음 날인 9월2일에도 3.10% 내리며 하락 폭을 키웠고 이후로도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코스피는 9월2일 반등에 성공한 뒤 5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카카오와 함께 국내 대표 기술주로 여겨지는 네이버 주가도 9월 들어 7% 가까이 올랐다.
이런 상황 속에도 외국인투자자는 카카오 주식을 향한 믿음을 보여준 셈인데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와 협업 등 인공지능(AI)사업 기대감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9월23일부터 25일까지 경기도 용인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리는 ‘이프 카카오’에서 오픈AI와 협업의 결과물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톡과 챗GPT를 결합해 카카오톡 내에서 챗GPT를 바로 쓸 수 있는 서비스가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AI사업은 카카오의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11월 AI에이전트 출시에 앞서 이프 카카오 행사에서 새로운 서비스 형태를 공개한다”며 “AI에이전트는 카카오의 새로운 수익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와 오픈AI의 협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강화하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오픈AI가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김범수 위원장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까지 나온다.
▲ 정신아 카카오 대표(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2월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공동기자간담회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최대주주에 대한 구형은 이해관계 측면에서 크게 2가지 변화의 축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첫째는 구형과 투병에 따른 본인의 사업 동기부여 약화, 둘째는 오픈AI의 지분 취득 가능성”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최대주주의 구형을 기점으로 오픈AI는 카카오 지분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높일 개연성이 있다”며 “9월 오픈AI 서울사무소 개소와 향후 카카오-오픈AI의 합작품 출시 등 양사의 다양한 사업적 움직임을 전후로 지분 취득 이슈는 지속적으로 회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범수 위원장은 2분기 말 기준 본인 지분 13.30%를 포함해 특수관계인까지 합쳐 모두 24.12%의 지분으로 카카오를 지배하고 있다. 오픈AI가 김 위원장의 지분을 조금이라도 인수한다면 협업 확대의 징표로 여겨지며 주가 회복의 큰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진구 연구원은 “카카오 최대주주의 구형 이슈에 따른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를 인터넷업종 최선호주로 지속 제시한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의 카카오 최근 3개월 누적 평균 목표주가는 7만7200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는 삼성전자 다음으로 소액주주가 많아 제2의 국민주로 평가된다.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소액주주 수는 171만99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169만2101명에서 1% 증가했다.
카카오 주가는 코로나 이후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유입에 힘입어 2021년 6월 17만 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중앙은행의 긴축에 따른 기술주 투심 악화로 계속 흘러내렸고 지난해 11월 3만2천 원대까지 하락했고 현재 5만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