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톱티어로 가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
[비즈니스포스트] HD현대그룹 건설기계 중간지주사인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조영철 대표이사 사장이 사업회사 2곳의 합병을 통해 ‘글로벌 톱티어(Top-tier)’로 도약을 바라보고 있다.
조 사장은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지닌 각각의 장점을 합병법인 HD건설기계(임시 이름)에 모아 건설기계 업황 변화를 뛰어넘는 가파른 성장을 향해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2일 HD현대그룹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합병이라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전체 시장의 성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 확대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HD현대그룹은 굴착기, 휠로더 등 주요 제품 기준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수요가 지난해 64만 대에서 2030년 75만 대로 연평균 3%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법인은 매출 목표로 2030년 14조8천억 원을 세웠다. 지난해 연결기준 합산 매출인 7조6118억 원에서 매년 12%가량씩 증가해야 달성 가능한 수준이다.
합병법인의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더욱 공격적으로 설정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합병법인은 2030년 영업이익률 11%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최근 5년 동안 두 기업 합산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던 2023년의 8.0%를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사업계획에 따른 두 기업 합산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4.6%다.
비교적 완만한 성장세를 그리는 건설기계의 업황 전망을 따라가지 않고 이를 넘어서는 성과를 내겠다는 조 사장이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조 사장은 글로벌 10위권으로 커질 건설기계 단일 사업회사의 덩치를 성장시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 HD현대건설기계는 25위, HD현대인프라코어는 2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합병 이후 순위는 10위권까지 점프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기업의 합병은 단기적으로는 업황 악화에 겪고 있는 실적 부진의 타개책으로도 분석된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산 매출은 2021년 7조8780억 원에서 2023년 8조4846억 원까지 증가했지만 지난해 다시 7조5523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두 기업의 합산 영업이익은 3746억 원으로 1년 만에 44.5% 급감했다.
조 사장은 합병법인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면서 제품, 지역,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전략으로 합병법인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 있는 비용구조를 갖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한 지붕 아래에서 꾸준히 주력해 온 시너지 발현 작업을 아예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해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두 기업이 그간 진행한 통합작업으로는 대표적으로 미국 통합제작센터 설립, 중국 생산시설 일원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두 기업은 지난해 9월 미국 조지아주에 ‘HD현대 통합 커스터마이제이션 센터’를 구축했다. 커스터마이제이션 센터는 한국에서 생산한 반제품을 고객 주문 사양에 맞춰 현지에서 조립 및 완성하는 곳으로 주문 제작방식이 일반적인 사업 특성상 현지 경쟁력 확장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시설로 여겨진다.
이 시설을 두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하면서 조립 및 생산라인의 통합 운영, 물류비 절감, 납기 단축 등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최근 HD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중국 법인의 생산을 HD현대인프라코어에 위탁하기도 했다. 이 역시 생산거점을 단일화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다.
두 기업은 각각이 지닌 장점을 활용해 사업 전반에서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를 노린다.
두 기업은 HD현대건설기계의 ‘현대(HYUNDAI)’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디벨론(DEVELON)’, 두 브랜드를 모두 운영하는 ‘투트랙’ 체제를 유지하면서 제품군에서도 상호 보완을 통해 소형(컴팩)부터 초대형 장비까지 건설기계 전체 라인업을 확보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산거점 측면에서도 HD현대건설기계가 보유한 인도와 브라질 법인, HD현대인프라코어의 중국과 노르웨이 법인을 하나의 법인에서 총괄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공급망을 공동으로 육성해 동일한 비용으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사업 구조 차원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에서만 진행하던 엔진 사업에 변화가 예상된다. 합병법인 설립 뒤 두 브랜드 모두에 자체 엔진 적용 비율을 최대 8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합병법인은 엔진을 신규 성장 사업으로 점찍고 지난해 1조3천억 원 규모의 매출을 2030년까지 2배 가까운 2조5천억 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이 밖에 성장잠재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소형건설기계와 정비 수리를 담당하는 애프터마켓(AM)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 합병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지분 구조. < HD현대건설기계 > |
조 사장은 2021년 7월 HD현대그룹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 HD현대사이트솔루션(옛 현대제뉴인) 출범 때부터 대표이사를 맡았다.
당시 인수한 HD현대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룹에 녹아드는 결합 작업에 이어 두 사업회사의 합병까지 직접 진두지휘하게 된 셈이다.
조 사장은 현재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HD현대인프라코어에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에서는 이동욱 사장과, HD현대인프라코어에서는 오승현 사장과 각자 대표체제를 갖추고 있다.
HD현대그룹의 건설기계 사업회사 합병 작업은 HD현대건설기계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HD현대건설기계는 9월16일 임시 주주총회 및 이후 기업결합 심사 등 후속 절차를 거쳐 내년 1월1일 합병법인을 출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의 주주들에게 존속회사인 HD현대건설기계 신주를 발생한다. 합병 비율에 따라 HD현대인프라코어 보통주 1주당 HD현대건설기계 보통주 0.1621707주가 배정된다.
조 사장은 전날 두 기업 합병과 관련해 “HD현대 건설기계 부문의 이번 합병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 건설기계산업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돼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