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5-07-02 1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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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화솔루션이 미국 태양광 시장에서 커지는 정책 관련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에게는 확실시되는 태양광 수요의 증가 전망이 정책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믿을 구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미국 태양광 시장의 수요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지시각 1일 미국 상원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통과됐다.
OBBBA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붙인, 정책 의지가 강하게 담긴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시도를 피하기 위해 단순 과반만 충족하면 되는 예산조정절차를 활용해 법안 처리를 위해 공을 들였다.
OBBBA 입법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 의석수 차이가 크지 않은 상원의 통과는 가장 큰 문턱으로 여겨졌다.
이날 상원 표결을 살펴보면 전체 100석 가운데 민주당 47표 전원 반대, 공화당 3표 이탈로 가부동수였으나 JD 밴스 부통령의 결정권 행사로 겨우 통과됐다. 미국에서 부통령은 상원의원은 아니나 당연직으로 상원의장을 맡으며 표결 결과 가부동수가 나오면 결정권인 ‘타이브레이커 투표(Tiebreaker Vote)’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OBBBA의 최종 입법에는 여전히 변수가 많아 보인다.
OBBBA는 이미 하원을 한 차례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내용이 수정된 만큼 다시 하원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하원에서는 공화당이 220석으로 민주당 212석에 8석 앞서고 있으나 지난 표결에서는 한 표 차이인 215 대 214로 OBBBA가 통과됐다.
김동관 부회장으로서는 OBBBA가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을 기반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관련 세액 공제의 조기 종료를 내용으로 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법안 처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석유, 원전과 태양광까지 포함해 과감한 에너지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화솔루션이 미국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토론회에서 “태양광은 멋진 산업으로 확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재생에너지 관련 세액 공제의 축소 및 조기 종료를 위한 법안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에 미국 태양광 업계에서는 강한 우려를 내보이기도 했다.
제이슨 그루멧 미국청정전력협회(AICPA) CEO는 성명을 통해 “OBBBA는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위협하고 에너지 안보와 국내 제조업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투자 혜택을 가장 크게 볼 수 있는 지역사회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현재 정책 흐름이 중장기적으로 한화솔루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태양광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가치 사슬에서 중국의 비중을 줄이고 미국 내 생산을 늘린다는 의도가 읽힌다. 미국에서 생산기반을 갖춘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 카터스빌, 달튼 등에 태양광 모듈 생산공장을 두고 있으며 연내 잉곳, 웨이퍼, 셀 등 생산라인을 추가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태양광 사업 확장을 위해 큐셀부문에 자신의 최측근인 박승덕 사장을 지난 5월 임명했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를 태양광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시장에서 부정적 정책 환경에도 태양광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화솔루션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에서는 정책 변화에 대응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재생에너지 인프라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원 안이 최종 확정되면 100% 보조금을 받는 요건을 채우기 위해 2027년까지 미국 풍력, 태양광 개발업체들의 단기 설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8년부터는 증가 폭이 낮아지거나, 선수요 규모에 따라 시장이 단기적으로는 감소할 수도 있지만 경착륙 보다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보조금을 제외해도 태양광에너지의 원가경쟁력은 여타 발전원 대비 탁월하고 단기간에 설치 가능하다”며 “현재와 같이 미국의 전력 수요가 강하다면 이를 충족시킬 가장 강력한 대안은 결국 태양광에너지”라고 덧붙였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