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가 1일 여의도에서 열린 리가켐바이오 ‘연구개발의 날(R&D DAY) 2025’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이사가 본격적으로 종합 항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용주 대표는 1일 여의도에서 열린 리가켐바이오 ‘연구개발의 날(R&D DAY) 2025’에서 “현재 임상단계 후보물질 5개에 더해 2027년까지 15개 후보물질을 추가로 임상단계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혓다.
이어 “앞으로의 투자는 이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면역조절항체결합체(AIC), 듀얼페이로드ADC, 펩타이드 기반 약물접합체 (PDC) 등 4개 분야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기존 ADC보다 더 발전된 플랫폼으로 범위를 넓혀 항암제 시장을 꽉 잡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ADC는 암세포를 탐색하는 항체와 암세포를 파괴하는 페이로드가 연결체인 링커를 통해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차세대 항암제다. 정상 세포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높은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 대표의 발언은 ADC 시장 자체의 성장과 리가켐바이오의 독자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2000년대 초반 연간 10건~15건에 불과하던 ADC 임상은 2024년 62건으로 증가했다. 후기 임상단계 후보물질도 증가함에 따라 ADC 치료제 개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임상 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의 다수 후보물질 개발을 맡아 진행하는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IKSUDA Therapeutics)의 최고기술책임자(CSO) 로버트 러츠 박사는 리가켐바이오의 후보물질이 기존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익수다의 ADC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엔허투로 이미 치료받은 환자에서도 높은 치료 효과(80% 이상 반응)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는 리가켐바이오의 후보물질이 기존 ADC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ADC 치료제 내성은 페이로드(약물)가 결정한다. 리가켐바이오의 후보물질은 엔허투와 비슷한 약물을 쓰는 경쟁사와 달리 다른 종류의 약물을 써서 내성 환자에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자사의 ADC 후보물질이 차별적인 임상 결과를 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사업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리가켐바이오는 연구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유입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을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리가켐바이오> |
글로벌 사업개발을 총괄하는 채제욱 리가켐바이오 수석부사장은 “곧 특허가 만료되는 ADC 후보물질들이 많다”며 “이를 겨냥해 바이오베터(Biobetter)를 넘은 바이오베스트(Biobest) 전략으로 특허만료 이후를 사전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베스트 전략은 낮은 효능, 높은 독성, 내성과 불응성 등 기존 ADC 치료제의 단점을 개선한 제품을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리가켐바이오는 여러 빅파마들과 바이오베스트 전략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채 수석부사장은 덧붙였다.
또한 리가켐바이오는 플랫폼과 후보물질을 결합한 ‘패키지딜’을 통해, 더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 기존에는 각각의 후보물질을 개발해 기술수출했다면 앞으로는 제약사들이 보유한 후보물질로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리가켐바이오의 플랫폼을 함께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오노약품과의 기술수출 성과가 첫 사례다.
채 수석부사장은 “패키지 딜 계약 규모는 기존 계약의 몇 배가 될 것”이라며 “ADC 시장 확대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전임상 단계 물질이라도 빨리 확보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라이센싱 가치가 가파른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가켐바이오는 연구개발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유입된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후보물질 개발 속도도 현재의 2배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드는 만큼 현실적으로 재무 상태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리가켐바이오의 곳간을 담당하는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사장(COO 겸 CFO)은 재무 상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박 사장은 “10번에 걸쳐 9천억 원을 투자받았고, 현재 5600억 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2024년 R&D에 1500억 원을 썼으며 올해에도 2천억 원 가까이 투자할 예정이지만, 현재 현금자산과 앞으로 벌어들일 자금으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상 후기 단계에 진입할수록 마일스톤 유입 규모가 늘어나는데다, 앞으로의 딜은 현재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박 사장은 “리가켐바이오의 시가총액이 약 4조 원에 묶여 있는데, 오리온의 시가총액을 넘기는 것이 목표”라며 “글로벌 회사로 성장해서 그간 대규모 투자를 해 준 오리온에 보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