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동남아시아의 캄보디아, 남아시아의 인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직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 않지만 이들 국가는 K금융의 미래 영토로 평가된다. 이들의 어떤 점이 K금융을 매혹했을까. 아시아 금융신흥국인 그곳에서, 묵묵히 K금융의 영토를 넓히고 있는 이들을 비즈니스포스트가 만났다.
-우즈베키스탄 글 싣는 순서
① '실크로드의 심장' 노리는 경쟁 치열, 중국 공세에 한국 기업들 물밑 침투 중
② KDB우즈베키스탄 행장 이영록 “영업확대와 신상품 개발에 힘, 중앙아시아 리딩CIB 노린다”
③ 한국수출입은행 소장 강상진 “본사 인원 충원 이유, EDCF 넘어 민간투자 아우르는 ‘진정한 개발 파트너’ 향한다”
④ 신한은행 소장 김요셉 “국영은행이 채우지 못하는 금융산업 빈틈, 신한이 채울 수 있다”
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강한 잠재력을 지닌 나라, 그들은 우리의 금융시장 경험을 원한다”
- 프롤로그 첫 기사 보기
① '제국의 추억' 좇는 세 나라, 캄보디아 인도 우즈베키스탄의 변신
-캄보디아 첫 기사 보기
① 프놈펜 거리 메운 금융사 로고들, 150개 은행의 은밀하고도 뜨거운 전쟁
-인도 첫 기사 보기
① 알렉산더도 퇴각했던 그곳, K금융은 철옹성 인도 어떻게 뚫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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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록 KDB우즈베키스탄 행장이 6월24일 오전 타슈켄트 본점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비즈니스포스트] ‘중앙아시아 리딩CIB(Commercial and Investment Banking) 입지 구축.’
KDB우즈베키스탄(한국산업은행 우즈베키스탄법인)의 슬로건이다.
CIB는 일반적 상업(커머셜)은행과 기업 자금조달 등을 위한 투자(Investment)은행을 합친 개념이다. 우즈베키스탄을 넘어 중앙아시아의 기업금융 강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영록 KDB우즈베키스탄 행장은 “예를 들어 산업은행에 예금이 있는 기업고객이 상장을 하거나 채권 발행을 한다면 이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자본시장이 발달돼 있진 않지만 향후 분명 수요가 생길 것이고 그때를 대비한 슬로건”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국내 금융사의 우즈베키스탄 안착 사례로 꼽힌다. 6월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우즈베키스탄에 머물며 만난 국내 주재원들 역시 하나 같이 산업은행을 우즈베키스탄의 성공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금융사 한 주재원은 “KDB우즈베키스탄은 이곳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수익도 많이 나는 회사”라며 “국내 기업뿐 아니라 현지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006년 대우증권의 우즈베키스탄 현지법인을 인수해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했고 2013년 영국의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현지법인을 합병하며 사세를 키웠다.
대부업 중심 소형은행에서 기업고객 중심의 여·수신 및 카드 서비스까지 갖춘 상업은행으로 성장했는데 현재 자산 기준 우즈베키스탄 내 36개 은행 가운데 약 15위에 올라있다.
자산 규모 상위권 은행들이 대부분 우즈베키스탄 정부 소유 국영은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은행 가운데 톱5 안에 드는 은행이라고 볼 수 있다. 직원수는 5월 기준 243명으로 이 행장 포함 8명의 주재원이 235명의 현지직원을 관리하고 있다.
이 행장의 중장기적 목표는 앞으로 5년 안에 KDB우즈베키스탄을 자산 규모 ‘톱10’ 은행으로 키우는 것이다. 지금의 자산 확대 속도라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 타슈켄트 KDB우즈베키스탄 본점 모습. KDB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본점과 타슈켄트 오이벡(Oybek) 지점 등 2곳을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KDB우즈베키스탄의 2024년 말 자산 규모는 7억8천만 달러로 2020년 6억 달러에서 약 4년 만에 30%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은 6300만 달러에서 1억4200만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행장은 “현재 기준으로 자산 규모 10억 달러 정도 되면 톱10에 들 수 있는데 향후 다른 은행들도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자산 15억 달러 정도면 톱10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영업강화와 신상품 개발, 자금조달 다변화에 힘을 주고 있다.
직접대출인 기업대출과 간접대출인 온렌딩 대출은 물론 유가증권 투자 및 무역금융을 중심으로 우량자산을 확충하기 위해 고객관계담당(CRM, Client Relationship Manager) 제도를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행장은 “CRM은 기업고객에게 담당자를 정해줘 은행 내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하는 동시에 고객 수요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도움을 주는 제도”라며 “우수한 사원을 배치해 긴밀한 고객관계를 바탕으로 장기간 거래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신상품 가운데 이 행장이 힘주는 사업은 신디케이트론과 이슬람 금융 상품 등이 꼽힌다.
이 행장은 “최근 신디케이트론을 시작했고 이슬람 금융은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슬람 금융은 율법에 따라 조달부터 운용까지 지금과 프로세스가 완전 달라야 하는데, 이를 원하는 고객들이 있어 초보적 수준부터라도 상징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중국기업이 빠르게 늘어나는 변화에 발 맞춰 중국고객 확대도 추진한다. 중국고객의 자금을 유치하면 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이 행장은 “중국기업 역시 이곳에서는 외국계기업”이라며 “중국투자자 유치를 위해 중국말을 할 수 있는 직원들을 객장에 배치하고 전담 컨설턴트를 육성하는 등 관련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6월24일 오전 타슈켄트 KDB우즈베키스탄 본점에서 고객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이 행장의 개인적 경험과 역량도 KDB우즈베키스탄이 중국기업 유치를 늘리는 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행장은 우즈베키스탄에 오기 전 산업은행 베이징지점, 광저우지점 등 중국에서 12년 동안 일한 중국전문가로 평가된다. 오랜 중국 생활 뒤 산업은행 해외사업실장 등을 지냈고 2023년 2월 KDB우즈베키스탄 행장에 부임했다.
이 행장은 우즈베키스탄의 경제발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과거 중국의 경제성장 과정에 비춰봤을 때 우즈베키스탄의 성장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은 경제발전을 국가에서 주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중국에서 일할 때 경제발전에 대한 공무원들의 강한 의지를 보며 역동성을 느꼈는데 이곳 역시 경제발전 초기 중국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공무원들이 경제발전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행장은 2023년 2월 부임해 내년 2월이면 3년 임기가 끝난다. 약 8개월 남은 임기 목표를 묻자 다음 행장을 위해 성장의 씨앗을 안정적으로 뿌리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행장은 “이곳에 와서 신디케이트론, 이슬람 금융 등 새롭게 시작한 것들이 많다”며 “지금은 여전히 성장을 위한 씨를 뿌리는 단계로, 다음 법인장이 와서 그동안 힘줬던 사업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남은 기간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