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방 건설사가 ‘4월 위기설’을 넘긴 뒤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에 고비를 만났다.
지방에서는 ‘악성 미분양(준공 뒤 미분양)’이 12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높아진 가운데 정책대출이 줄어 부동산 시장이 더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대책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며 ‘7월 위기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 지방 건설사가 ‘4월 위기설’을 넘긴 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속에 다시 고비를 맞닥뜨렸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비수도권 주택 인·허가와 착공, 분양 지표(누적 기준)는 모두 크게 감소했다. 인·허가는 1년 전과 비교해 32.7%, 착공은 32.7%, 분양은 61% 줄었다.
주택 관련 주요 선행지표로 손꼽히는 통계가 지방에서 모두 감소한 것으로 지방 건설사의 어려움이 앞으로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건설 경기의 후행지표인 ‘악성 미분양(준공 뒤 미분양)’은 이미 지방 건설사의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5월 기준 준공 뒤 미분양은 2만7013호로 4월보다 2.2% 늘어 2013년 6월(2만7194호) 이후 11년 11개월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악성 미분양 물량의 83%(2만2397호)는 지방에 있다.
지방 건설사가 큰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대책이 어려움을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부 대책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책대출도 축소하며 지방 부동산 시장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6월27일 발표한 대책은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지와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6억 원 제한, 정책대출 한도 축소 등을 주요 뼈대로 한다. 규제 수준도 높고 시행일도 하루 뒤인 바로 28일어서 ‘초유의 정책’이란 평가도 받는다.
수도권 및 규제 지역에서만 생애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규제가 현행 담보인정비율(LTV) 80%에서 70%로 낮아졌고 6개월 이내 전입의무도 부과됐다.
다만 디딤돌대출(매매)은 전국에서 일괄적으로 한도가 줄었고 버팀목대출(전세)은 지역별로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한도가 감소했다.
아울러 수도권 대출 규제가 지방 부동산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근본적 지적도 나온다. 국내 수도권 집중 정도가 커 ‘똘똘한 한 채’ 열풍 아래 지방이 외면받기 쉽다는 것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은 가계대출 관리 방안 발표 뒤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내에서도 인기도에 따라 지역별로 양극화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매매 수요가 지방까지 퍼지는 것은 인구구조와 출근지 등을 감안하면 제한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지방 건설경기 침체가 오래된 일인만큼 정부도 준공 이전의 지방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건설 경기 부양을 돕기 위해 ‘미분양 안심 환매 제도’ 도입 방침을 세워뒀다.
미분양 안심 환매는 지방에 있는 준공 전(공정률 50% 이상) 미분양 물량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격 50%에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고 준공 뒤 사업주체에 되파는 제도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모두 1만 호, 2조4천억 원 규모의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 매입한다.
다만 이마저도 지방 건설경기를 부양하기에는 계획 대비 예산이 모자라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가 제시한 호당 매입비는 2억4400만 원인데 과거 같은 정책을 시행했던 시기인 2011년 평균 매입가 2억5300만 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아진 점이 이런 지적의 근거로 꼽힌다.
▲ 2008~2013년에도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당시 미분양 매입호수와 매입금액. <국회 예산정책처>
국회예산정책처는 “사업계획에서 제시하는 호당 매입단가가 그동안의 분양가 인상률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으므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매입비용이 현실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어 앞으로 소요 예산 등 변경이 예상되므로 국회 심사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시장에서는 결국 실효성 있는 지방경기 부양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부동산 시장 내 수도권과 지방의 온도차가 극명한 만큼 이는 결국 건설사 사이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사 미분양은 상당 부분이 지방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서울 및 수도권 정비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사업경쟁력을 지닌 대형사와 지방 위주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중형사들 사이에 수익성과 재무구조 방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