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애 기자 grape@businesspost.co.kr2025-07-01 15: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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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폐업 수순에 들어간 대한석탄공사의 정리 절차에 관여할 가능성이 나온다.
올해 4월 취임한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은 광물 공급망 구축뿐 아니라 대한석탄공사 정리 작업까지 '투트랙 경영' 과제를 안은 것으로 보인다.
▲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이 4월 강원도 원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1일 광해광업공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석탄공사가 그냥 청산될 지 아니면 광해광업공단에 합병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정부의 결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전날 도계광업소의 폐광과 함께 고용 승계 없이 석탄공사 임직원 200여 명 전원을 퇴직시키라는 지침을 내렸다. 석탄공사는 직원 전원 퇴직 이후 사장과 감사만 남았고 남은 업무 처리를 위한 계약직 채용이 예정됐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채 처리를 포함한 석탄공사의 운영 방안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와 연구기관은 대한석탄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통합 방안을 기능 유사성과 조직 효율성, 지역경제 충격 최소화 등을 이유로 고려해왔다. 다만 석탄공사의 2조5천억 원 수준의 부채 인수 문제로 최종 결론은 유보된 상태에 놓여 있다.
통합까지도 검토된 만큼 광해광업공단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한석탄공사 폐업에 관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광해광업공단은 ‘2025년도 제1차 폐광심의위원회’에서 석탄공사의 마지막 탄광인 도계광업소를 폐광지원 대상광산으로 선정했다.
대한석탄공사의 단계적 조기폐광은 2023년 화순광업소, 지난해 장성광업소에 이어 올해 도계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마무리된다.
이와 관련해 황영식 사장은 폐광심의위에서 "석탄공사 폐광에도 불구하고 정부 비축과 산지 재고탄을 230만 톤 확보하고 있어 연탄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라며 "석탄공사 퇴직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폐광대책비와 조기폐광특별위로금의 신속지급과 함께 향후 3년간 자녀학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해광업공단은 석탄광 개발로 인한 폐광지역의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종합복구대책에 따라 광해방지사업을 수행하고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한 경제진흥사업 예비타당성조사사업 통과를 위해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지원에 나서게 될 광해광업공단의 자체 실적은 좋지 않다.
광해광업공단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754억 원, 영업손실 1319억 원, 당기순손실 1조1817억 원을 거뒀다. 2023년보다 매출은 12.62%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6.49%, 278.77% 늘어났다.
▲ 황영식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이 23일 열린 2025년도 제1차 폐광심의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회의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더구나 광해광업공단의 부채는 8조5841억 원 수준으로 막대하며 자본잠식 상태도 지속되고 있다.
2021년 광해관리공단과 광물자원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광해광업공단은 기존 광물자원공사의 막대한 부채와 부실사업이 고스란히 승계되면서 자본잠식 상태로 출범했다.
또한 한때 상승했던 니켈 등 주요 광물 가격이 하락하고 해외 투자사업에서 돌발 변수가 이어지면서 광해광업공단은 실적 개선을 이루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류연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광해광업공단은 부진했던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사업 대부분을 승계해 영업적자를 보이고 있다"며 "강원랜드, 문경레저타운 등 강원폐광지역 대체산업 법인의 실적 뿐만 아니라 암바토비, 꼬브레파나마 등 일부 해외 사업의 실적이 반영돼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해광업공단은 이러한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2024년 대상 올해 경영평가에서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최하등급인 'E(아주 미흡)'를 받아들었다. 황 사장이 실적 개선을 위해 가야할 길이 많이 남은 처지에 놓인 것으로 읽힌다.
다만 광해광업공단의 역할은 대한석탄공사와 달리 국가 경쟁력 관련한 중요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황 사장은 광해광업공단에서 이중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광해광업공단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 핵심 광물 확보와 비축을 담당하는 전담기관으로 최근 자원안보특별법 발효 이후 역할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 자원무기화, 특정국가 의존 심화 등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국가 경제와 산업안보의 중요한 한축을 담당해야 한다.
광해광업공단은 올해 초 열린 공급망안정화위원회에서 세계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한 우리나라의 광물 자원안보 확보를 위한 임무가 한층 강화됐다.
공급망안정화위에서는 특히 광해광업공단의 핵심광물에 대한 직접투자 방안까지 나아가는 방향을 검토했다.
현재 광해광업공단은 과거 부실 사업의 영향으로 직접 투자는 하지 않고 민간 지원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 기술지원 및 투자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황 사장으로서는 석탄공사 폐업이라는 과거 정리와 광물 공급망 강화라는 두 가지 임무를 놓고 투트랙 경영을 펼쳐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황 사장은 경북 문경 출신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한국일보에 입사해 논설위원 및 주필을 지냈고, 서울대 산학협력중점교수(관훈신영기금교수)와 단국대 인재개발원 초빙교수 등을 지냈다.
또한 황 사장은 한국광해관리공단 선임 비상임이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 초대 비상임이사를 거쳤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대한석탄공사 정리 방향과 관련된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