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법인을 새로운 고객군으로 맞는다면 점유율 회복은 물론 수익성 개선에 따라 향후 기업공개(IPO) 추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부터 법인의 국내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발표한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우선 비영리법인에 가상화폐 실명계좌 개설을 허용한 뒤 가상자산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다른 법인들로 개설 허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업계는 법인 실명계좌 개설 허용이 지난해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이후 막대한 기관투자자의 자금이 시장에 들어왔던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가상화폐거래소 사이 고착화한 점유율 구도를 흔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보다도 자금력이 풍부한 법인 자금이 새로 유입되는 만큼 각 거래소의 영업력에 따라 시장 판도가 변할 수 있어서다.
특히 이재원 대표는 취임 이후 업비트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는 점에서 법인 실명계좌 개설 허용은 점유율 확대를 위한 또 다른 승부수를 내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빗썸은 국내 가상화폐시장 초창기 시절 업계 1위를 지켜오다가 2020년 업비트에 추월당했고 격차는 점점 벌어져 현재 업비트가 약 74%, 빗썸은 약 23% 수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거래수수료 무료화, 예치금 이용료 요율 인상, 신규회원 투자 지원금 , 실명계좌 발급 제휴은행 변경 시도 등 다양한 승부수를 던져왔으나 점유율을 반등시키는 데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점유율 확대는 이 대표가 준비하는 기업공개를 위해 해결해야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하반기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어 양호한 실적을 통해 성장성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인 고객 유치는 수수료 확대로 이어져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빗썸은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점유율 확대는 시급한 과제다.
이에 이재원 대표는 국내 5대 가상화폐거래소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금융당국의 조치에 대응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법인의 실명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 대표는 법인영업을 위한 인재 채용을 시작하는 동시에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했다.
빗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새로 충원되는 인력들이 법인영업 업무를 맡게 될 것이다"며 "다만 법인 실명계좌 개설과 관련해 아직 당국에서 정해진 바가 없어 그전까지는 제휴 마케팅 등 기존에 법인을 상대로 하는 총괄 업무를 담당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재원 대표는 IT 전문성과 글로벌 경영능력, 가상화폐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0년 태어나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LGCNS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했고 아이템매니아 최고운영책임자로 일했다.
빗썸에 합류한 뒤에는 글로벌실장, 경영자문실 고문 등을 역임하고 2022년 5월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해 4월 2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