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12-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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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이 2019년부터 이어온 도시정비사업 연간 신규수주 1위 자리를 2024년에도 지켜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도시정비 시장에서 국내 10대 건설사들은 모두 1조 원 이상의 신규수주를 달성했다. 현대건설은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매년 자체 신기록을 쓰고 있는 2위 포스코이앤씨, 눈에 띄게 공격적 기조를 보이고 있는 삼성물산 등이 올해 도시정비 시장에서 돋보인 가운데 내년에도 출혈경쟁을 피하려는 건설사의 눈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 건설사들 대부분이 안정적 일감인 재개발·재건축 등의 물량 확보에 공을 들이면서 도시정비사업 수주 규모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들의 올해 누적 도시정비사업 수주 규모는 이날 현재까지 27조66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형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금액 합은 모두 20조1796억 원으로 올해 들어 37%가 늘었다.
올해 건설사별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보면 현대건설이 6조612억 원, 포스코이앤씨가 4조7191억 원으로 일찌감치 1, 2위를 확정했다.
뒤이어 삼성물산이 3조6398억 원으로 3위에 올랐고 GS건설이 3조1097억 원, 대우건설이 2조9823억 원으로 각각 4위와 5위에 위치했다.
이어 롯데건설(1조9465억 원), 현대엔지니어링(1조5783억 원), HDC현대산업개발(1조3332억 원), DL이앤씨(1조1809억 원), SK에코플랜트(1조1185억 원)가 5~10위를 차지했다.
올해 도시정비 시장의 주요 특징으로는 10대 건설사가 모두 1조 원 이상의 신규 일감을 확보했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에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했던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각각 5173억 원, 1794억 원의 신규수주를 기록하며 조 단위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을 포함해 건설사 8곳이 지난해보다 도시정비 사업에서 수주 규모를 늘리는 데 공을 들였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건설은 2019년부터 이어온 도시정비 수주 1위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건설업계에서 유일하게 도시정비 수주 5조 원 이상을 넘기면서 이 분야 최강자 면모를 다시 확인했다. 현대건설 자체적으로도 2022년(9조3395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과다.
현대건설은 올해 규모가 큰 서울 재건축, 수도권 및 광역시의 재개발 물량에 집중하면서 지난해보다 수주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서울 5건의 재건축사업과 경기, 인천, 대전, 부산에서 각각 1건의 재개발사업 등 모두 9건의 도시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7천억 원 이상 수주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재건축(1조2830억 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7740억 원), 부산 사하구 괴정5구역 재개발(7197억 원), 대전 도마·변동16구역 재개발(7057억 원) 등 4건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지역별로는 경북과 충북에서 1건씩, 사업별로는 리모델링 사업을 3건을 포함해 모두 11건의 일감을 확보했었다. 지난해 가장 수주금액이 컸던 사업은 유일하게 7천억 원을 넘긴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7710억 원)이었다.
2년 연속 2위 자리에 오른 포스코이앤씨는 도시정비 시장에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이앤씨는 2020년 2조 원대 이후 2021년부터 4년 연속으로 도시정비사업 연간 신규수주 4조 원 이상을 거두게 됐다. 게다가 2021년부터 매년 도시정비사업 수주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021년 4조213억 원, 2022년 4조5892억 원, 지난해 4조5988억 원에 이어 올해는 4조7191억 원까지 도시정비사업 수주 규모를 키웠다.
특히 올해 1월에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로 나선 첫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을 제치고 부산 1조3274억 원 규모의 부산진구 촉진2-1구역 재개발을 따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도시정비 사업에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일감을 확보했다.
수주 규모 3조6398억 원으로 3위에 오른 삼성물산을 놓고는 올해를 기점으로 도시정비 사업을 수주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탈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2015년 이후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재개한 2020년 1조487억 원을 시작으로 2021년 9117억 원, 2022년 1조8686억 원, 지난해 2조951억 원의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올해는 3조5천억 원 이상으로 수주 규모를 확실히 키웠다.
반면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보다 도시정비 사업의 수주 규모가 줄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1조2980억 원에서 올해 1조1185억 원으로 소폭 하락했지만 DL이앤씨는 지난해 2조3274억 원에서 올해 1조1809억 원으로 수주 규모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 DL이앤씨가 시공사로 선정된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사업 '아크로 도곡' 투시도. < DL이앤씨 >
DL이앤씨는 올해 송파구 잠실우성3차 재건축(3817억 원), 강남구 도곡개포한신 재건축(4385억 원), 광진구 자양7구역 재건축(3607억 원) 등 서울 재건축사업 선별수주에 집중했다.
또 DL이앤씨의 올해 저조한 수주 실적에는 두 차례 단독 입찰로 수주가 유력하다고 점쳐지는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의 시공사 선정 일정이 새 조합장 선출에 따라 내년으로 밀린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의 예상 공사비는 1조7584억 원이다.
올해 도시정비 시장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업계 침체와 맞물려 건설사들이 극도로 출혈경쟁을 피하는 데 무게를 뒀다는 점도 꼽힌다.
올해 들어 '대형 건설사 사이 수주 경쟁'으로 시공권이 결정된 사업지는 1월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과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두 곳 뿐이다.
두 곳 사업지는 지난해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 및 입찰 마감이 이뤄진 뒤 총회가 올해 열린 곳들이다. 사실상 올해 대형 건설사 사이 경쟁입찰이 성립해 시공사를 확정한 사업은 전무한 셈이다.
'대형 건설사가 따낸 도시정비사업'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수주 경쟁을 통해 시공사가 정해진 곳은 DL이앤씨가 두산건설을 제친 도곡개포한신 재건축사업이 유일하다.
다만 내년 도시정비 시장의 최대 사업지로 꼽히는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1조5724억 원)을 놓고는 건설업계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17년 만에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9월20일 공고, 11월18일 마감한 1차 입찰에 곧바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사이 경쟁구도가 성립해 유찰 없이 수주전이 진행되고 있다.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는 내년 1월18일로 예정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부산, 여의도에 이어 한남4구역에서도 보이듯 대형사 사이 수주전에서는 상호 비방과 함께 다소 무리한 조건 제안 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현재 업계 전반적 상황을 고려해보면 내년에도 각자 수주가 유력한 사업장 관리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