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12-26 18: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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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단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이전에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비상계엄을 먼저 보고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회 현안질의에서 계엄 선포 당일에 대통령실에 도착 뒤 인지했다고 말했으나 이와는 다른 증언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내란 공모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상태다.
▲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인 유승수(오른쪽), 이하상 변호사가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YTN의 중계 화면을 보면 김 전 장관 변호인인 유승수 변호사와 이하상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동 한국콘퍼런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먼저 비상계엄을 보고하고,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계엄법에서 비상계엄은 국방부 장관이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건의한다고 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내란 공모 혐의를 받는 한 총리가 계엄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한 총리가 대통령보다 먼저 보고 받았다"며 "다만 계엄 건의 시점은 명확히 지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계엄 포고령, 담화문, 계엄선포문 등 계엄 관련 문건의 작성과 관련해 "김용현 전 장관이 초안을 작성한 사실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내용을 김 전 장관이 작성하였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검토하고 일부 수정하였다"고 말했다.
계엄을 기획했다는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관련해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김 전 장관에게 자문을 제공한 것은 맞다"며 "김 전 장관이 노씨를 '자문 받을만한 정보사령관이며 충분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계엄 당일 정치 인사 체포조를 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예방 차원의 활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포고령에 정치활동 금지도 포함되기 때문에 정치활동이 예상되는 각당의 대표 등은 잠재적 예상자로 판단하고 예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의 계엄 사전 인지 주장에 대해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보였다.
국무총리실은 보도 해명자료를 내고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측 변호인은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사전보고 했다'고 밝혔다가, 이후 사전보고 하였다는 의미는 '계엄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 총리에게 계엄 이야기를 하였다는 뜻'이라고 정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과 관련하여 사전보고를 받은 사실이 일체 없고, 또한 계엄선포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때 김 전 장관으로부터 계엄에 대하여 어떤 말도 들은바 없다"며 "이러한 허위 사실을 주장한데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정당한 대응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내란 일반특검법안도 사실상 거부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계엄을 사전에 통보받는 등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담화문을 통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측은 12.3 비상계엄을 건의하기 전 한 권한대행에게 사전 보고했다고 실토했다”며 “한 권한대행은 12.3 내란 사태의 핵심 주요 임무 종사자임이 분명해졌다”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유해 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사유를 들어 탄핵소추안을 27일 의결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