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부산 벡스코 미디어룸에서 열린 공식 미디어 브리핑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루이즈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의장.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플라스틱협약이 마지막 정부간 협상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새 방법론이 제시되며 논의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 현장에서 제시된 새 방법론이 전통적인 논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과 일부 국가들이 반대하는 점을 들어 오히려 진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는 26일 유럽, 아시아태평양, 남미, 아랍세계, 아프리카 등 권역별 협상에 착수했다.
INC-5 사무국을 통해 공개된 일정에 따르면 권역별 협상을 거친 후 각 그룹들이 모여 협상을 이어간다. 지난 25일 개막 당일 유럽 국가들의 개별 회담과 전체 세션만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첫 협상인 셈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는 루이즈 바야스 발디비에소 INC 의장이 제안한 ‘논페이퍼 3’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페이퍼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문서를 써서 의논을 거치는 행위를 말한다.
발디비에소 의장 설명에 따르면 논페이퍼 방식을 사용하면 57쪽에 달하는 협상문 전문을 17쪽까지 대폭 간추릴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 취재를 종합하면 논페이퍼는 각국은 원하는 바를 담은 내용을 제출하면 서로 입장이 상충되는 부분만 따로 구분해 협상을 거치고 문서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진행한다.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서로 다른 입장을 모두 협상문에 기록할 필요가 없어 문서를 간소화하고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껏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이 길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나치게 많은 협상문 때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논페이퍼 방식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 현장에서 각국 대표단과 참가자들이 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비즈니프포스트> |
다만 협상장 현장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이 논페이퍼 방식을 차용하는 것에 우려를 제기했다. 국제회의에서 기존에 논의하던 방식과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발디비에소 의장은 “논페이퍼 방식을 제안한 이유는 시간 제한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짧은 시간 동안 타협점을 찾아야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는 전문가들이 논페이퍼 방식을 거부한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며 “어쨌든 논페이퍼 접근법은 협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도 “현장에서 여러 목소리를 들었고 결국 이와 관련해 실제로 협약에 적용해야 할 숫자를 다시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는 발디비에소 의장이 말한 바를 강력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논페이퍼 방식을 통해 논의를 가속화하고자 해도 일부 국가들이 악의적으로 논의 진행을 방해하면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관한 부분은 지난 25일 개막 당일에도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여전히 반대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 국가는 이번 협약이 플라스틱 전주기에 걸친 강력한 협약이 되기보다는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재활용 방안, 대체 플라스틱 생산에 관한 협력 등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일부 국가들이) 다른 의도를 갖고 협상에 임하는가에 대해서는 나는 항상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유엔은 모든 참여국들이 선의를 가지고 협상에 임한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디비에소 의장은 “아직 협상은 시작단계에 있고 나는 우리가 이번 협약을 성안시킬 수 있다는 것을 낙관한다”며 “이번 자리를 통해 많은 회원국들이 대화를 나눠보며 여러 제안을 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영호(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