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 겸 CEO(왼쪽)가 19일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에서 열린 스타십 로켓 6차 시험 비행을 지켜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가운데)도 발사 현장을 직접 찾았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2기 정부를 맞아 우주 사업 확대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우주산업 규제 완화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데다 정부 예산 효율화를 압박해 보잉과 같은 선발 경쟁사 수주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거론된다.
24일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 머스크를 앞세운 스페이스X가 수혜를 입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신설한 정부효율부는 과거 정부와 비교해 연방 예산을 총 2조 달러(약 2780조 원) 줄이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 역시 예산 감축 대상에 오르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효율부 수장에 임명된 머스크가 NASA의 비효율적 운영 방식을 문제 삼았다는 점이 근거로 꼽힌다.
로이터에 따르면 나사는 보잉사에 위탁해 제조했던 우주선 스타라이너에 기체 결함으로 우주비행사를 지구로 귀환시키는 작업에 스페이스X 기술을 활용했다.
나사는 과거 42억 달러(약 5조8354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보잉과 스타라이너를 만들었지만 개발 지연으로 16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지불했던 적도 있다.
대규모 정부 예산을 끌어다 썼던 우주 프로젝트가 추가 비용을 치르고도 문제가 발생한 것이어서 정부효율부의 도마 위에 오를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보잉을 꾸준히 비판해 왔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나사 예산을 조여 보잉에 돌아가는 수주를 끊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머스크는 보잉을 향해 “기술 비전문가 관리자가 너무 많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NASA 임직원이 8월24일 온라인 브리핑을 진행하는 모습. 보잉 스타라이너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에 나섰던 우주비행사 두 명이 2025년에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건을 타고 지구에 복귀한다는 내용이다. <연합뉴스> |
물론 미국 연방 윤리법이 정부 관료에 이해충돌 문제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머스크가 정부효율부에 몸 담는 동안은 스페이스X가 정부 수주를 가져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를 공식 부처로 두는 대신 별도 자문 조직으로 운영하고 2026년 7월 이전에 해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걸로 알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머스크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뒤 빠르게 나사 예산을 삭감하고 몸을 뺀 뒤 스페이스X가 수주를 늘릴 여지는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이스X는 주 수익원인 미 정부 수주를 둘러싸고 보잉이나 블루오리진 등과 입찰전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우위를 점할 공산이 크다.
머스크가 우주산업 전반에 걸친 규제를 완화해 스페이스X 사업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로켓 발사 횟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발사 빈도를 늘리는 데는 지금껏 정부 안전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는데 머스크가 이를 간소화하면 발사 확대에 힘을 받을 수 있다.
머스크는 올해 9월 자신의 공식 소셜미디어 X 계정을 통해 주무 부서인 연방항공청(FAA)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적도 있다.
이는 스페이스X가 로켓 발사 요건을 어겨 63만 달러(약 8억7560만 원) 벌금을 물었던 일과 관련이 있다.
스페이스X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를 통해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우주사업 규제를 없애는 도구로 여긴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머스크가 선거운동 당시 트럼프 후보에 거액을 후원했던 선택이 스페이스X에 어떻게 수혜로 돌아올지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머스크가 트럼프 임기 동안 우주 정책을 이끌 중요한 역할을 할 걸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