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에너지저장장치사업에서 탄력적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에너지저장장치사업에서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탄력적 생산으로 에너지저장장치 경쟁우위 지킨다

▲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미래에셋대우는 삼성SDI가 올해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사업에서 매출 1조4천억 원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의 3배 가량이다.

그동안 선두다퉜던 LG화학의 매출 예상치인 9천억 원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삼성SDI는 점유율에서도 이미 LG화학을 앞섰다.

2016년 LG화학은 이 시장에서 591메가와트시(MWh)의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를 공급해 1위에 올랐는데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SDI가 점유율 38%로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LG화학의 점유율이 30%가량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삼성SDI가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 등 대규모 배터리가 필요한 분야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SDI는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 주로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경쟁회사와 달리 같은 생산라인에서 두 가지 배터리를 모두 제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빠르게 증가하는 에너지저장장치 수요에 발맞춰 제 때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런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삼성SDI는 올해 대규모 배터리 납품처를 새로 확보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북미 AES그룹의 자회사인 AES DE(Distributed Energy)가 전력회사 KIUC와 함께 콰우아이(Kaua'i) 섬에서 진행하는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프로젝트에 100메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앞선 2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된 전력망 구축사업에 참여해 240메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를 공급하기도 했다.

2016년 기준 삼성SDI가 연간 544메가와트시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를 공급한 점을 감안하면 단 두 건의 합산 수주 규모가 한 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규모를 차지할 정도로 건당 공급물량이 큰 편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LG화학, 파나소닉 등 상위회사들보다 출하량이 다소 밀리고 있는 만큼 수익성이 좋은 에너지저장장치사업에서 경쟁우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4월까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이 879메가와트시에 이르러 6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LG화학, 파나소닉, CATL 등이 모두 1천 메가와트시가 넘게 배터리를 출하한 것과 비교하면 출하 규모에서 다소 밀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에너지저장장치시장은 초기 단계인 데다 삼성SDI가 이미 여러 건의 굵직한 수주를 따내 기술력을 입증한 만큼 경쟁회사들보다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너지저장장치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보다 까다로운 기술력을 요구해 삼성SDI가 수익성을 높일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는 고객사 확보나 출하량이 LG화학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에너지저장장치사업에 좀 더 무게를 두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