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실적 성장의 기회를 '기내식 대란'으로 날릴 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기내식이 제때 실리지 않아 항공기가 대거 지연되는 일이 벌어지고 이틀이 지나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위기관리 능력을 놓고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내식 대란'에 아시아나항공 흔들, 김수천 '위기대응능력'도 도마에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몇 달째 이어지는 오너 리스크로 말 그대로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으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번 기내식 대란에 따른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기내식이 제때 실리지 않으면서 항공편이 지연되는 사태가 3일에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샤프도앤코의 협력사 가운데 한 곳의 대표가 과중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사회적 파장이 더욱 커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이틀이 지난 3일 김수천 사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늑장 대응이란 지적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사태가 얼마만큼 확대될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산 매각과 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올해 대한항공이 취항하고 있는 장거리 노선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 오너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장거리 노선에서 항공 수요를 확보할 좋은 기회를 맞을 것이란 기대를 받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의혹이 확산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검찰이 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단순 이미지 하락을 넘어 총수 공백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한진그룹 사태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실적에 당장 큰 영향은 미치지 않더라도 국내 부동의 1위 대한항공의 위상이 떨어지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항공업계는 봤다.

최근 브랜드 가치 평가회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18년 2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대한항공의 브랜드 가치 순위는 1분기 11위에서 2분기에는 36위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순위는 35위에서 25위로 오르며 항공사부문 1위를 차지했다.

기내식 대란이 그동안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거의 볼 수 없던 초유의 사태인 데다 원인마저 외부요인이 아닌 아시아나항공의 운영 미숙으로 드러나면서 더욱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승객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서비스였다는 점과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에 불거졌다는 점에서도 이미지 급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가 예견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샤프도앤코는 지난해 매출이 70억 원 수준에 그친다. 이 회사는 외국 항공사에 하루 3천 인분의 기내식을 공급해왔는데 아시아나항공에서 하루에 필요한 분량은 2만5천~3만 인분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생산설비와 공급능력이 문제가 아니라 비행기로 운반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배달 지연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운영 미숙의 책임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처음 기내식이 지연된 지 이틀이 지날 때까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다 김수천 대표의 사과 역시 한참 지나서야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한 일부 승객들은 비행기 출발이 늦어지는 이유를 놓고 아시아나항공이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