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공방전을 벌이는 가운데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늘Who] 정의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전열의 앞에 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 부회장은 11일 보도된 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정 부회장의 블룸버그 인터뷰 기사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힌 날에 맞춰 보도됐다. 전략적 판단이 깔린 인터뷰와 발언인 셈이다.

정 부회장을 필두로 그룹 계열사 경영진들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통과를 위해 잇달아 입을 열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경영진들이 언론과 인터뷰를 되도록 피하는 관행을 깨고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10일 보도된 국내의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과 이에 따른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소개했다. 

하루 뒤인 11일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국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현대모비스 주주총회 표대결에 “자신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서면서 계열사 경영진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정 부회장은 이전까지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경영인으로 꼽혔지만 올해 들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현대차그룹 미래를 놓고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그는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2018’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IT나 ICT회사보다 더 IT나 ICT회사 같아지는 게 중요하다"며 현대차의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현대모비스를 미래차 기술 전문회사로 탈바꿈해 독일 부품회사인 보쉬에 버금가도록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그룹 성장을 이끄는 계열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 부회장은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입이 무거웠는데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정중동 경영을 하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영보폭을 늘려왔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단 1차례도 해외출장에 나서지 않았지만 정 부회장은 해외출장 횟수를 대폭 늘렸다.

정 부회장은 올해 들어서도 왕성한 해외경영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사드보복 여파에서 벗어난 중국을 현재까지 3차례나 찾으면서 판매 회복에 힘을 싣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계획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사실상 정 부회장의 승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 부회장이 ‘후계자’ 처지에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옹호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는 11일 정 부회장과 인터뷰를 보도하면서 “정 부회장에서 자신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해 확보한 돈을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는 데 쓸 수 있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이 중요하다”며 “현대모비스가 수익성이 높은 사업부를 분할해 넘기면서 현대글로비스가 몸집을 키우고 정 부회장에게 지분가치를 높이는 길을 닦아 줄 것이라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 부회장이 차기 총수로서 책임경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지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계열사는 단 1곳도 없다. 

정 부회장이 앞으로 현대모비스의 대표이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3월 말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오너 경영인이 현대모비스를 책임경영하는 계획을 밝혔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3월 현대건설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등 계열사 경영에서 차츰 손을 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은 2019년 3월 임기가 끝나는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자리를 정 부회장에 물려주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