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조달비용 증가, 연체율 상승 등과 관련한 카드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 8곳은 지난해 업황 부진을 겪으며 10년 만에 전문경영인(CEO)을 모두 유임했다. 카드사 CEO들은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의 끈을 더욱 바짝 죌 준비를 하고 있다.
 
고금리 더 이어질까 카드업계 시름, '여소야대 2막'에 내실경영 고삐 더 죈다

▲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연되면서 카드사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1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로 기대되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7월 이후로 밀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날 기준 미국 연준의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81.4%까지 높아졌다. 한 달 전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이 70% 이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전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전망치를 상회하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꺾인 것인데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역시 기존 전망보다 늦춰질 것으로 여겨진다.

고금리시대가 이어지는 것은 수신기능이 없어 채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카드사들에게는 업황 부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진다.

카드사들은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크게 오른 조달비용에 지난해 순이익 줄어드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고객들의 상환능력이 악화하면서 높아진 연체율과 이에 따라 늘어난 대손비용도 감당해야 했다.

올해 카드사들 앞에 놓인 불확실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적격비용 재산정 논의도 본격 시작될 수 있다. 앞서 가맹점수수료가 14회에 걸쳐 낮아진 만큼 이번에도 가맹점수수료가 인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수수료 인하가 결정되면 3년 동안 해당 요율을 적용받게 된다.

각 카드사를 이끄는 CEO들의 경영전략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CEO들이 올해 어떤 전략을 쓰느냐에 따라 위기를 버티는 체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건전성 저하 압력이 지속되고 높아진 이자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카드업계는 올해 부진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면서도 “카드사들이 적극적 위험관리 등에 나선다면 신용위험 상승은 제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은 특히 ‘내실경영’, ‘리스크관리’ 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조달방식을 다양화하며 자본건전성 개선과 비용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롯데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각각 사모와 공모 방식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롯데카드가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 KB국민카드가 공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니라 자본으로 인식돼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보다 더 유리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카드는 신용등급 관리와 글로벌 신용등급 획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용등급이 높아지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는데 특히 글로벌 신용등급 상향은 자금조달 통로를 해외로 다변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금리 더 이어질까 카드업계 시름, '여소야대 2막'에 내실경영 고삐 더 죈다

▲ 올해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은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카드 이미지. <여신금융협회>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카드사는 채권금리가 오르면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보니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다른 부분을 찾아야 한다”며 “자산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비용효율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의 내실경영 기조는 좁아진 채용문에서도 엿보인다. 전업카드사 8곳 가운데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내실경영 전략은 지난해 부진한 업황을 보낸 경험에 기반한 것으로 여겨진다.

올해 전업카드사 8곳 최고경영자 가운데 새 얼굴은 없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임기만료일을 맞이했던 최고경영자들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전업카드사 8곳 최고경영자가 모두 유임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업황이 위기 상황인 만큼 안정적 리더십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카드사 최고경영자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모두 내실성장과 리스크관리를 강조했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내실 성장’과 ‘체질 개선’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다져 나가자”며 “리스크관리는 이익 실현과 지속가능 성장의 최종수비수라 할 수 있는 만큼 다중채무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올해 업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광범위한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다시 고민할 때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