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현장] ‘초격전’ 서울 양천갑, 민주 황희 국힘 구자룡 "내가 지역 일꾼이요"

▲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에서 유권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양천갑은 4·10 총선 최대 격전지 ‘한강벨트’ 가운데서도 특히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선거구로 여겨진다.  

양천갑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16·17·18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된 곳으로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하다고 평가를 받지만 최근 두 번의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는 등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목교역의 아침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바쁜 출근길에 오르는 양천구민들 사이로 “안녕하십니까, 기호 2번 구자룡입니다”를 외치는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와 “안녕하십니까, 기호 1번 황희입니다”를 외치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 운동원들 간의 목소리가 교차됐다. 

격전지의 분위기를 보여주듯 두 후보 진영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바쁜 와중에도 유권자들은 구 후보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가던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장 바쁜 출근 시간대임에도 구 후보를 알아보고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뼈대를 형성하고 있는 60대 이상의 유권자들뿐만 아니라 젊은 20대 남성들도 구 후보에게 사진촬영을 요청하기도 했다.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은 구 후보를 아들을 보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그를 격려했고 어깨와 손을 부여잡으며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D-1 현장] ‘초격전’ 서울 양천갑, 민주 황희 국힘 구자룡 "내가 지역 일꾼이요"

▲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오전 오목교역에서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구 후보는 2021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을 법리적으로 비판하며 일부 보수층으로부터 ‘이재명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TV 정치·시사 방송 출연 등으로 유명세를 얻은 그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에서 1차 국민인재로 영입됐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도 임명됐다. 

구 후보는 양천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인 점과 ‘힘 있는 정부여당’의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거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5일 양천갑을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구 후보를 가리켜 “구자룡 후보는 양천 토박이로 골목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잘 안다”며 “구자룡은 양천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며 양천을 위해 평생 정치를 할 것이다”고 그를 치켜세운 바 있다.

구 후보는 아침 출근 인사를 마친 뒤 유세차량에 올라타 목2·3·4동 일대를 순회했다. 구 후보는 유세차량에서 양천의 발전을 위해 “힘 있는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 달라”며 유권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했다. 

동네를 배회하던 몇몇의 유권자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구 후보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고 몇몇은 그에게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목2동 일대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60대의 한 여성 유권자는 구 후보를 가리켜 “저렇게 젊고 똑똑한 사람도 어떻게 국회에 들어가면 다 바뀌냐”며 국회의 현실에 대해 한탄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국가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정당이 낫지 않겠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며칠 전에 버스를 탔는데 누구는 똑똑한 구자룡을 뽑아라, 누구는 황희가 뭐 일은 잘했다며 걔(황희)를 뽑아라”고 했다며 아직까지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목2동에서 만난 50대 여성 유권자는 “그냥 이재명이 싫다”며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이 못하고 있는 건 나도 뉴스 자주 봐서 안다”면서도 “사사건건 다 트집 잡고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민주당이 더 싫다”고도 했다. 

아파트와 주택 단지가 주를 이루는 양천갑은 보수의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여겨진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7만9002표(54.29%)를 득표해 6만756표(41.75%)를 받은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12.54%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D-1 현장] ‘초격전’ 서울 양천갑, 민주 황희 국힘 구자룡 "내가 지역 일꾼이요"

▲ 구자룡 국민의힘 후보가 8일 목2동 일대에서 유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바로 뒤이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양천구청장 선거에서는 이기재 국민의힘 후보가 5만9168표(58.9%)를 얻어 3만9188표(39.01%)를 득표한 김수영 민주당 후보에 19.89%포인트 차이로 더 크게 이겼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보수·진보라는 이념을 뛰어넘는 노후화된 아파트 및 주택의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해당 지역구의 가장 큰 현안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그렇기에 현재까지 이를 성공적으로 견인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세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황 후보 역시 이 점을 이용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보다 ‘양천 일꾼’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춰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황 후보는 재건축·재개발 공약에 힘을 싣기 위해 ‘22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에 오르겠다는 공약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3선 고지에 올라 관행 상 상임위원장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다.

이에 맞서 구 후보는 양천구민들에게 정부여당이 가진 ‘힘’과 ‘추진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 후보는 정부·서울시장·양천구청장 모두 국민의힘인 상황에서 국회의원까지 국민의힘이 되면 ‘원팀’으로 재건축·재개발 추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등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유세장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뵀다”며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이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같은 현안을 놓고 해결사를 자처한 두 후보에 대한 최근 지지율 차이는 말 그대로 초박빙이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구 후보는 46.7%, 황 후보는 47.3%의 지지를 받았다. 두 후보간 차이는 0.6%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해당 조사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기간 전인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서울특별시 양천구 갑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방법은 무선 ARS 100% 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에선 초격전지 탈환을 위해 한 위원장이 9일 오후 4시경에 서울 양천구를 또 다시 찾는다. 한 위원장이 양천을 찾는 것은 이번 총선 들어 벌써 4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희 기자